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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같은 학생들 돈으로 '시계 사고 차 뽑고' 어이없는 대학

중앙일보

입력

[사진= JTBC 방송캡처]

학생들은 해마다 1000만원에 육박하는 대학 등록금 내느라 등골이 휘는데 그 돈을 물 같이 쓰는 대학교가 있다. 교수들은 연구비로 명품시계 사고 재단은 고급 자동차까지 샀다고 JTBC가 교육과학기술부의 감사 자료를 단독 입수해 13일 보도했다.

골프 치고, 생필품 사고, 백화점에서 명품시계를 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비공개로 조사한 한성대학교 교수들의 연구비 사용 내역이다. 한 교수는 북한 관련 논문을 썼다고 신고했는데 막상 돈을 쓴 곳은 자동차 정비센터였다. 연구비로 한의원도 갔다.

A 한성대 교수는 "(연구비를 유용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한 번도 없어요.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모르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러면 교육과학기술부의 착오나 실수인 겁니까?) 모르겠습니다. (유용했다는) 자료 갖고 와 보세요"라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 관련 논문을 썼다는 다른 교수는 300만원어치 화장품 영수증을 내고 연구비를 타갔다. B 한성대 교수는 "(유용한 연구비는) 연구장려금이거든요. 일종의 월급인데, 자기가 필요할 때 쓰는 것이지 어떻게 쓰라는 규정이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런데 이 연구비는 모두 제자들이 낸 등록금이다. C 한성대 교수는 "미치겠습니다. 그것(연구비) 가지고…. 저도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 감사 받을 때 죽는 줄 알았어요. 학생들에게 사기 치는 것 같고…."라고 했다.

등록금을 연구비로 받아 허투로 쓴 교수는 43명. 이 학교 전체 교수 5명 가운데 1명꼴이다. 상당수는 단과대 학장 등을 지낸 책임자급이었다.

그런데 교육부가 내린 징계는 '현장조치'가 고작이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감사반이던 유모씨는 "현장조치가 어떤 수준의 징계인가요?"라는 물음에 "학교에서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서 그쪽(대학 재단)에서 처리하도록 조치하는 거지요"라고 했다. "어떻게 됐는지 사후 점검은 합니까?"라는 물음에는 "따로 보고 받지 않아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게끔 합니다"고 답했다.

한성대 재단 역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JTBC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해당 교수들에게 경고를 했다. 그러나 유용한 연구비를 돌려받는다는 조치는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교수들만 학생들 등록금을 함부로 썼을까. 재단은 더 심각하다. 고급 승용차부터 이사장 명패, 사무실 화분, 심지어 주전자까지 학생들 등록금으로 샀다.

게다가 이 학교 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딸을 이사장 자문위원으로 임명하고 매달 150만원씩 자문료도 줬다. 한 달에 한 번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 이사장은 억대의 교통비를 받아갔다.

D 한성대 고위 관계자는 "이사장 이름으로 나가는 화분까지 자기(재단) 돈이 아니라 학교 돈으로 썼습니다. 재단에서 내는 게 한 푼도 없습니다."고 말했다.

한성대 재단은 자신이 내야 할 법정부담금 48억원을 등록금으로 돌려 막기했다. 해마다 150여 명이 낸 등록금을 재단 운영자금으로 썼다는 얘기이다.

D 한성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4년 동안 재단이 낸 돈(법인부담금)이 400만원이에요. 학생 한 학기 등록금 밖에 안 됩니다. 100만원, 200만원 사기 치는 교수들이 작은 도둑이라면 재단은 큰 도둑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단은 이사회 회의록을 한 번도 공개하지 않는 등 철저히 폐쇄적으로 운영됐다.

학생들은 기가 찬다는 반응이다. 한성대 경제학과 학생 강모씨는 "(등록금을) 학자금 대출 아니면 부모님께 부탁하는 상황인데, 피 같은 등록금을 학교 재단에서 마음대로, 곶감 빼먹듯이 빼 가고 있는 상황이 학생으로서는 어이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재단 측은 교직원들을 직간접적으로 감시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학교 책임자는 교직원에 대한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추적이 있었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E 한성대 고위 관계자 : ○○○하면서 누가, 어디로, 무슨 얘기했는지 다 파악하고 있어요. SNS(문자) 메시지가 어디로 갔는지도 (알고 있어요)]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해명을 듣기 위해 JTBC는 수 차례 이사장 측과 접촉했으나 이사장 측은 취재를 거부했다. 한성대 재단 이사장 자문위원 김모씨는 "할 말 없습니다. 할 말 없습니다. 노코멘트. 제가 왜 그쪽과 말을 해야 하나요? 말 섞기 싫습니다."라고 거부했다.

부정한 교수와 재단. 적당히 눈감아주는 교육부. 거기에 검은 감시의 손길까지. 한성대 재단은 우리 사학의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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