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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월드컵 체조’로 국민적 관심 일으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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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트렌드 반영 시기를 보면 금융권 광고가 제품광고보다 늦다. 금융이 가지고 있는 속성인 ‘안정’이 우선시 되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급격한 변화나 검증되지 않은 모험을 하지 않는 편이다. 2000년대 들어와서 광고계의 화두는 IMC와 브랜딩이었다. IMC는 광고·PR·프로모션·이벤트 등 다양한 수단들을 전략적으로 결합하여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개념이다. 브랜딩은 상품·가격·디자인·광고·프로모션·패키지 등 모든 요소를 일관된 아이덴티티 기반으로 관리하고 기업이 원하는 소비자 이미지를 구축해 가는 활동이다. 2006년 당시 KB국민은행의 브랜딩 목표는 젊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로 포지셔닝하는 것이었고 그 전략 수단은 IMC 활용이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은 2002년 월드컵 4강신화로 기대감이 컸던 대회였다. 2002년 시청광장에서 붉은 악마들이 연출한 엄청난 퍼포먼스를 기억하고 있는 기업들은 시청광장을 선점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수많은 월드컵 광고들과 차별화하면서 광고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월드컵 체조’를 탄생시켰다. 당시 광고 컨셉이었던 ‘KB의 새로운 사랑법’의 연장선상에서 ‘KB의 새로운 축구 사랑법’을 만든 것이다. 이 광고에는 독일과의 시차 문제로 새벽까지 경기를 시청해야 하는 고객과 국민들이 간단한 체조로 건강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었다. 모델은 귀엽고 성장가능성이 높았던 문근영을 선택했다. 총 8단계로 이루어진 월드컵 체조의 개발은 새천년 건강체조를 개발한 중앙대학교 체육교육학과 전선혜교수가 맡았다. 광고는 노란 운동복을 입은 문근영이 8가지 체조 시범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총 8편을 제작, 방영했다. 유명감독과 스탭들이 카메오로 다수 참여했는데 곱창집에서 배를 두드리며 응원하는 조금 뚱뚱한 사람(실제로는 스탭)이 나를 닮아 광고에 출연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광고방영과 동시에 IMC차원으로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토고 전 공동 응원행사에 직원 및 고객 1만명을 초대했다. 이날 공동 응원행사에는 8만 여명의 관중이 몰리면서 바리케이트까지 쳐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경기 시작 전 8만 관중과 함께 월드컵 체조를 했고 이 광경은 9시 뉴스를 통해 방영되었다. 여담으로 문근영에 대한 기억은 그녀가 착하고 똑똑했다는 것이다. 식사도 스탭들과 어울려서 했고 쉬는 시간에 조용히 햇살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조금 어색해하던 그녀가 촬영장소로 뛰어 가면서 내게 건넨 첫 마디는 “저도 어려서부터 국민은행 통장에 저금했어요”였 다.

 IMC의 또 다른 정수를 보여준 기업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역발상이 돋보이는 퍼포먼스다. 광고를 중심으로 프로모션·이벤트를 엮는 게 아니라 이벤트를 중심에 두고 광고로 확장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현대카드는 다양한 이벤트를 슈퍼콘서트라는 하나의 컨셉으로 묶어 장기간 시행함으로써,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각인시키며 자산화에 성공하게 된다. 이러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현대카드 브랜드 이미지를 활기차고 역동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KB금융그룹은 바비킴의 랩을 배경음악으로 하는 광고를 방영했다. 그리고 홍대 부근 공연장을 빌려 랩 경연대회를 열었고 이 날의 행사는 젊은이들의 축제로 승화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랩 경연대회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어윤대 회장이라는 점이다. 나는 심사위원으로 참석했었는데 어윤대 회장은 공연 시작 전부터 객석에 앉아 있었다. 언제 자리를 떠날까 하는 호기심으로 객석을 바라다 보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어윤대 회장은 끝까지 함께 했다. 이렇게 젊은이들과 어울리려 했던 진정성이 통한 것일까. 최근 대학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에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을 선정하였다고 한다.

김진영 KB금융지주 홍보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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