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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딸 박근혜 vs 백성의 아들 김두관 … 가장 각이 서는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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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스스로 ‘전문 싸움꾼’이라 했다. 11번의 선거 경험으로 경선 승리를 자신하는 듯 했다. 불쏘시개 라는 말엔 정색을 하며 “더 이상 지는 싸움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도훈 기자]

야권의 다크호스. 대선을 앞두고 움직이기 시작한 김두관(54) 경남도지사를 말한다. 요즘 정가에선 그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존재감이 그만큼 커졌다. 민주통합당 내에선 문재인·손학규 상임고문과 함께 그를 메이저 주자로 꼽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의 스토리 있는 ‘삶의 궤적’이 잠재력과 표의 확장성을 갖고 있다는 기대에서다. 13일 오전 11시30분 중앙일보 본사를 찾은 그 역시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타이의 검은색 정장에 현충일 기념 배지를 단 그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이날 인터뷰는 본사 편집국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문재인 고문과는 같은 노무현계인 데다 지역기반까지 겹친다.

 “문 고문은 노무현 정부에서 함께 국정에 참여했던 동지적 관계이면서도 치열한 경쟁자가 될 거다. 문 고문은 나에 대해 ‘아마 나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함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 고문보다 경쟁력이 더 있다고 생각하는 점은.

 “어떻게 말해야 할까…. 저는 지역과 계층을 오지랖 넓게 아우를 수 있다. 호남까지 말이다. 지난해 손학규 고문이 당 대표가 된 것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비호남 정치인이 대표를 맡는 게 민주당의 대선 승리에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 지지가 문 고문에게로 옮겨갔는데, 문 고문도 총선을 거치면서 경쟁력에 한계를 보여 다시 제게로 옮겨오는 느낌이다. 우리 야권에서 호남의 지지는 수도권의 지지와 곧바로 비례한다.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하지 않나. 호남을 얻는 후보가 결국 야권의 대선주자가 될 거다. 저는 호남의 지지를 받는 비호남 후보가 될 것이다.”

 -차차기를 노리고 나온다거나 경선 흥행의 페이스메이커나 불쏘시개로 끝날 것이란 전망도 적잖다.

 “국정에 비하면 작지만 340만 도민을 챙기는 경남도정도 결코 작은 게 아니다. 그런 도지사직을 단지 페이스메이커나 하자고 그만두겠는가. 제가 선거를 11번 했는데 5승6패 했다. 더 이상 지는 싸움은 하고 싶지 않다.”

 - 11일 MBN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는 3.1%의 지지율을 보였다. 꿈을 펼치기엔 지지도가 아직 낮은데.

 “아직 부뚜막에 밥솥도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 쌀의 온도는 큰 의미가 없다. 경선이 시작되면 국민적 관심이 높아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저 친구가 촌놈인 줄로만 알았더니 국정을 제대로 준비했구나 하는 신뢰가 쌓일 거다.”

 -대선주자로서 가장 큰 고민은 뭔가. 지지율인가.

 “제가 전문 싸움꾼인데 당내 경선이 걱정이 되겠는가(웃음). 대선 출마를 결심하면 경선에서 승리하고, 안철수 교수와 단일화한 뒤 최종적으로 상대방 후보에 이겨야 한다. 그건 1차 과제다. 두 번째 과제는 시대와 역사가 요청하는 것을 충실히 잘 준비하는 거다. 세 번째는 차기 정부의 국정기조를 승계해서 더 잘할 미래 권력을 만들어 내는 거다. 그런 걸 고민하고 있다. 집권하면 김두관 5년 하고 그 뒤에 5년, 또 5년 정도 우리 진영이 국정을 맡아야 복지와 정의, 평화가 만발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13일 서울 중앙일보 본사에서 정치부 기자들과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1시간반 동안 ‘도시락 토크’를 했다. 왼쪽부터 박신홍 차장, 김 지사, 남윤호 정치부장, 강민석 차장. [김도훈 기자]

 -야권에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가장 유력한 주자로 보는 시각이 강한데.

 “민주당의 대선주자로 뽑히는 사람이 민주진보 진영의 대선주자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민주정치의 기본은 정당정치다. 무소속 후보가 국정을 맡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 아이젠하워도 처음엔 무소속이었다가 당선됐다고 하지만, 그는 2차대전을 이끌면서 미국 국가권력보다 훨씬 센 권력을 지휘하며 검증을 받았다. 현실정치에서 선거를 거치지 않은 후보는 검증받지 않았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무소속이면서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을 이기지 않았나.

 “대통령 중심제에서도 당정은 일체감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당은 민심의 바다에 떠있는 데 비해 대통령과 청와대는 공중에 떠 있기 십상이다.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 국회 간섭 안 받고 일해보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이 바로 망하는 길로 가는 출발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제·사회적 약자에 대한 상당한 애정을 갖고 있고 철학이 있었지만 이게 경제부총리, 차관,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이렇게 내려가면서 굴절이 돼 바닥엔 전혀 반영이 안 되더라. 대통령 한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통령과 국정을 하는 국무위원이나 당의 주요 정책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어떤 정책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집권하면 장관은 모조리 국회의원이 맡고, 차관도 초선 의원이 맡도록 해야 한다. 1~3급 고위공무원단도 절반은 개방해서 당 전문위원이나 대학교수를 모셔와야 한다.”

 -‘리틀 노무현’이란 별명이 자산일 수 있고 한계일 수 있는데 김 지사는 어떻게 생각하나.

 “아마 가난한 시골 농부의 아들이고, 또 노 전 대통령처럼 어려운 지역에서 선거를 많이 하고, 떨어져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살아온 이력이 비슷해 붙인 것 같다. 제가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지만, 나는 지지계층을 배반하지 않으면서 그 반대층에도 특별히 적을 만들지 않을 거다.”

 -대선 때도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는 유효한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선정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했다.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라는 관점보다는 민주노총이나 농민단체 등 진보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구현해온 분들과 연대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통합진보당이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건 아니잖나.”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비교해선 어떤 점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박 전 위원장은 궁중정치, 상층정치의 삶을 살아왔다는 점에서 김두관의 삶과 뚜렷이 대비된다. 한마디로 백성의 아들과 왕의 딸, 공주의 싸움 아닌가, 허허. 또한 박 전 위원장의 포지션에는 부의 대물림 성격이 있는데 저는 그야말로 현장과 바닥에서 커왔다. 진영 논리로 싸우면 싸움이 된다. 왜냐. 가장 각이 서니까.”

정리=박신홍·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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