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와 국방부 내에서 주한미군의 예산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런 주장은 계속 늘어나는 미국의 재정 적자에 따른 국방비 감축 계획과 맞물려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 상원 군사위원장인 칼 레빈(민주·미시간) 의원은 12일(현지시간) “현재 가구당 월 1만 달러(약 1160만원) 정도로 추산되는 주한미군의 주거비용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한미군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빈 위원장은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북한과의 관계(개선 노력)에 진전이 생겨 주한미군의 병력 규모를 감축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레빈 위원장과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제임스 카트라이트 전 합참부의장도 주한미군 예산과 관련해 “20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한국 측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분담금)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 정부와 의회 내에선 내년에 시작될 2014년 이후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 측에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달 작성된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미 국방부 관리들은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주둔비 부담 비율을 현재의 40%에서 50%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2011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8125억원으로 전체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42%에 불과하다”며 “올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신국방전략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을 50%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50%가 될 경우 한국은 매년 1조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2009년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을 통해 2010∼2013년 연도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총액에 전전년도의 물가상승률(상한선 4%)을 반영해 책정하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2010년 7904억원에서 지난해 8125억원으로 늘었다.
레빈 위원장은 또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과 관련해 “한국이 스스로 비용을 들여 공격용이 아니고 방어적인 방식으로 추진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거리 연장이 공격적인 조치로 인식돼선 안 되며, 중국이나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트라이트 전 합참부의장도 “미사일 사거리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라며 “현재의 안정을 흔들 수 있는 그런 변화에 대해 이웃 국가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고려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복수의 외교 소식통들은 13~1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2차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2+2회담)에서 주한미군 분담금 문제와 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가 비공식적으로 거론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