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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기 싫어 … 교실 불 지른 초등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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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이 학교 5학년생 A군이 교실에 불을 질렀다. 사진은 에어컨·TV 등 집기가 탄 교실 내부 모습. [사진 인천 남부소방서]

친구들한테 놀림을 받던 초등학교 5학년생이 학교 교실에 불을 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 교실에 불을 낸 혐의(현주건조물 방화)로 인천광역시 모 초등학교 5학년 A(11)군을 붙잡았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8일 오전 7시10분쯤 교실의 종이박스에 불을 붙여 교실과 에어컨·TV 등 내부 집기를 다 태워 600만원(학교 추산 2900만원) 상당의 피해를 냈다. 불은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30여 분 만에 진화됐다. 인근 주민은 “초등학교 근처를 지나가는데 학교 안에서 검은 연기가 나와서 신고했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경찰이 학교 CCTV를 분석해 A군이 그 시간에 학교를 드나드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은 A군이 갖고 있던 라이터를 증거물로 확보했다. A군은 경찰에서 “학교 친구들이 ‘돼지’ ‘더럽다’고 나를 놀렸다. 학교에 가기 싫어서 길에서 주운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A군이 친구들한테 왕따(집단따돌림)를 당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조사 결과 A군은 가정 환경에 불만을 갖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부모가 두 살 때 이혼하는 바람에 할머니·고모와 함께 살아왔다. 주변에서는 이혼한 부모가 자신의 양육 문제로 말다툼을 벌인 점도 A군에게 상처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A군은 평소 학교에선 조용한 편이었으나 정서적으로 다소 불안한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사건 뒤 A군이 담임교사와 상담교사의 상담을 받게 하고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하도록 했다. A군은 상담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싶다. 전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학교 교장은 “사건 이후 학생의 부모를 불러 전문 교사의 상담을 받게 했다. 아이한테 다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 문제점과 치유 방법을 찾고 있다”며 “학생이 왕따를 당했는지 여부는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군이 14세 미만인 형사 미성년자여서 입건하지 않고 인천지법 소년부에 송치할 예정이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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