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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김병만 족장에게 모성애의 향기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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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야생 버라이어티 ‘정글의 법칙’에서 열연 중인 개그맨 김병만. [사진 SBS]

치열함이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특히나 웃자고 만든 예능 프로그램에서 죽자고 덤비는 사람은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달인 김병만이 그랬다. 몸을 아끼지 않는 그의 성실함은 늘 웃음과 감동을 줬지만 어쩐지 한계가 있어 보였다. ‘치열해야 한다. 해내고 말 것이다’는 강박이 주변에 주는 어떤 불편함 때문이었을 거다.

 그런 김병만이 ‘개그콘서트-달인’ 코너를 끝낼 때 즈음 시작한 게 ‘정글의 법칙’(SBS)이다. 자연 다큐멘터리와 휴먼 드라마, 그리고 리얼 버라이어티를 함께 보여주겠다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철저히 김병만에 의한, 김병만을 위한 것이었다.

 시작은 미미한 것 같았다. 시청률은 한 자릿수였다. 그런데 지난달 선보인 시즌2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시즌1에 비하면 시청률이 두 배 가까이 오른 16%대를 기록했다. 일요일 오전 교양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오지의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재미, 다양한 캐릭터들이 선사하는 깨알 같은 웃음 등 여타 인기요인을 제쳐두자. 그래 이 인기, 김병만 때문이다.

 병만은 오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활을 만들고, 나무를 타고, 맨손으로 코코넛을 따고 게를 잡는다. 빗물을 받겠다며 빗물받이를 만들고 나무를 덧대 식탁을 만든다. “병만이 형은 연예인을 취미로 하는 것 같다”는 동료들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즌2에서 김병만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는 여전히 뭐든 열심히 한다. 다만 ‘치열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좀 벗어난 모습이다. “병만이 형 요즘 (독기가 빠진) 착한 눈이야”라는 황광희의 말은 그런 맥락에 있다. 밤낮없이 일하고, 식량을 확보하고, 불을 피우는 그. 그런데 그 모습이 ‘정글아, 싸우자’하는 승부욕보다 팀원을 살피는 배려심에 가깝다. 게를 구워 살까지 발라주는 병만의 모습은 족장보다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을 진정 힘겹게 하는 건 ‘꿈의 부재’보다 ‘철학의 부재’다. 어떤 편에 서야 할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를 모르는 것. 그게 삶을 공허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김병만은 늘 꿈을 얘기해온 개그맨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꿈을 가지라고…. 그런데 그도 몰랐던 게 있다. 그의 참된 매력은 꿈보다 철학을 가졌다는 데 있다. 치열함에 더해진 배려심, ‘고생은 내가 하지만 공은 동료에게 돌리자’는 그만의 인생철학. 그런 철학이 때로는 사이클론(태풍)과 함께, 때로는 독가오리와 함께 장대하게 펼쳐진다. 김병만의 치열함, 이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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