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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불쑥 꺼내놓은 새누리 ‘반쪽’ 쇄신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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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허진
정치부 기자

새누리당은 8~9일 의원 연찬회에서 개혁안 하나를 내놨다. 자기들 눈높이로는 ‘획기적’이라고 한다. 골자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불체포 특권 포기, 연금제도 개선, 겸직 금지,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기능 강화, 국회 내 폭력행위 처벌 강화를 약속했다. 제대로 지켜진다면 놀고먹는 의원, 법 무시하는 의원, 얌체 의원들을 더 이상 안 봐도 될 듯하다.

 그런데 쇄신과 개혁이라는 대의(大義)를 부각시키는 데 너무 골몰했던 탓일까, 구체적인 실천 방법론이 잘 보이지 않는다. 말은 거창한데 알맹이 빠진 ‘선언문’에 그칠 수도 있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게 불체포 특권 포기다. 이 권리는 헌법에 명시된 내용이다. 없애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포기 선언’이란 표현을 썼다. 그동안 여야는 동료애를 앞세워 수많은 ‘방탄국회’를 열었던 전례가 있다. 그런 체질을 버리지 않는 한 포기선언은 그야말로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논란거리다. 국회가 안 열리면 세비를 무조건 안 받겠다는 건지, 진짜 놀고먹는 의원에게만 세비를 안 주겠다는 건지 불분명하다. 국회는 문 닫았지만 평소 성실하게 입법 준비를 한 경우는 또 어찌할 건가. 사실 의원들의 ‘무노동’은 여야 지도부 책임이 크다. 여야 협상 결렬로 국회가 공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 파행의 책임은 지도부가 져야 하는데 의원들한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새누리당이 선언한 쇄신안을 실현하려면 헌법·국회법·헌정회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야권의 협조도 꼭 필요하다. 그런데도 사전 조율은 거의 전무했다. 여기에 쇄신선언의 한계가 있다.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이 야당과 협의도 없이 쇼만 벌이고 있다”(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고 깎아내린 것도 그런 이유다.

 쇄신안 채택 절차도 도마에 올랐다. 지도부가 연찬회 일정에 맞춰 급히 준비하고 통과시키다 보니 의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거나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공개 반발도 나온다. “의원들 의견 수렴도 없이 지도부 입장을 발표해도 되나. 연찬회는 초선 의원 줄 세우는 ‘국민 깜짝쇼’에 지나지 않는다.”(김성태 의원)

 새누리당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보완하겠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쇄신안이 반쪽짜리가 될지, 온전한 개혁으로 이어질지 유권자들이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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