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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B 챙겨라 … 위기 돌파 앞장서는 회장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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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대기업 총수들의 경영 참여 강도도 강해지고 있다.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겨 경영상의 빈틈을 최소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이건희(70)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주 그룹 미래전략실장을 전격 교체한 데 이어 그룹 주요 경영진은 물론 외부인사들을 수시로 만나 경영현안을 의논하는 일이 잦아졌다. 삼성 관계자는 11일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도전’을 강조하는 영상물을 내보낸 것도 취임 25주년을 맡는 이 회장이 새로운 각오를 피력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LG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와 LG화학·LG디스플레이 최고 경영자들은 이달 말쯤 구본무(67) 회장을 만나 장기 경영 계획을 설명하기로 했다. 현재 그룹 내 중장기 비전을 짜는 중기전략보고회가 진행 중이지만 이들 주력 계열사의 보고는 후반부로 늦춰졌다. 글로벌 경기가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이를 충분히 파악한 다음 전략을 짜기 위한 조치다.

 SK그룹 최태원(52) 회장도 계열사 현안 보고 횟수를 최근 부쩍 늘렸다. 매주 그룹 산하 SK경영경제연구소에서 분석한 전 세계 경기 동향에 관한 보고서를 따로 받아 이를 숙지하기도 한다.

SK그룹 관계자는 “최근 인수한 SK하이닉스(반도체)나 그룹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석유)이 국제 경기에 민감한 영향을 받다 보니 별도 보고까지 챙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또 최근 SK그룹 출신 원로경영인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에게서 수시로 경영 현안과 관련된 조언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롯데그룹 신동빈(57) 회장은 최근 월간 단위였던 롯데백화점 등 주력 계열사의 현안 보고 시점을 주간 단위로 바꿨다. 개선할 내용이나 의문점이 떠오를 때마다 해당 경영진을 찾아 챙기는 식이다. 최근에는 백화점 상품기획자(MD) 회의에도 직접 참석했다. 상품기획자 회의는 ‘어떤 제품들을 매입해 어떻게 판매할지’를 정하는 백화점 영업의 핵심이 되는 회의로, 그동안은 주로 담당 임원과 해당 MD들만 참석하는 실무 성격이 강한 회의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MD회의에 참석했다는 것은 그룹 총수임에도 영업의 아주 작은 밑부분까지 자신이 나서서 챙겨보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신 회장은 또 지난 2월 미얀마를 방문해 현지 경기 상황을 살핀 뒤 발빠르게 현지 사무소를 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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