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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일본인의 한국 버섯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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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품질 좋은 한국산 버섯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삼(蔘) 성분인 사포닌이 든 ‘표고버섯’ 조기 수확법을 개발한 망절일랑(網切一郞·71·사진)씨의 포부다. 일본에서 귀화한 그는 아들인 망절웅(43)씨와 경남 양산 하북면에서 버섯 농사를 짓는다. 3960㎡ 대지에 8개의 버섯 하우스를 지어 국내에서 유일하게 ‘홍삼 표고버섯’을 지난 1월부터 재배하고 있다.

 표고버섯은 참나무 원목에 버섯 종자를 심어 1년이 지난 뒤 수확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랑씨의 버섯은 영양분이 뛰어날 뿐 아니라 1년에 3차례나 수확할 수 있다. 참나무 대신 비닐 봉지에 톱밥을 넣고 면역력에 좋은 물질인 사포닌 액체를 주사한다. 여기에 표고버섯 종자를 넣은 뒤 차광망(빛 가리개)이 드리워진 하우스 바닥에서 키우는 새로운 재배법이다. 지난 4월 첫 수확물을 손에 쥔 그는 이 버섯과 새로운 재배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 중이다.

 망절일랑씨의 일본 이름은 아미키리 이치로. 1942년 경남 김해에서 일본인 경찰관이었던 아미키리 요시우예몽씨와 어머니 양두연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1945년 해방 후 아버지가 일본으로 강제 추방된 뒤 일본인 아버지를 뒀다는 사실을 숨긴 채 20여 년간 살아왔다. 성도 망절(網切)이 아닌 양(梁)을 썼다.

 부산축산협동조합에서 근무하던 1968년쯤 일본 NHK 방송국의 도움으로 규슈 가고시마현 에 있는 아버지를 찾았다. 가족들과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1969년 말까지 일본인으로 살았다. 일본 국적도 그때 얻었다.

 한국을 그리워하던 일랑씨는 결국 1970년 다시 귀화해 경남 양산에 터를 잡았다. 그는 명품 버섯 만들기에 골몰했다. 연탄으로 버섯을 살균하던 당시 방식을 버렸다. 폐유보일러를 제작해 살균에 썼다. 일랑씨는 양산시 신지식인 1호(2001년), 새 농민상 대통령상(2000년) 등을 수상했다. “혼혈이나 외국인 등 누구에게나 최근 개발한 홍삼 버섯 재배 노하우를 전수할 겁니다. 우린 정(情) 있는 한국사람이잖아요.”

양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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