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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직원 아빠 마중 갔다가 일가족 몰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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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가족 네 명이 타고 가다 음주운전 차에 들이받혀 전소된 쏘나타. [사진 경찰청]

휴일 야근을 마친 가장을 태워 오던 단란했던 일가족이 음주운전에 희생됐다. 11일 0시40분쯤 인천공항고속도로 서울 방향 영종대교 진입로 앞(인천공항에서 9.8㎞ 지점)에서 김모(38)씨가 몰던 제네시스 승용차가 앞서가던 쏘나타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3차로를 주행 중이던 쏘나타 승용차는 오른쪽 갓길로 튕겨져 나가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다시 도로 왼쪽으로 튕겨져 2차로에 멈춰선 다음 화재가 발생했다. 충격으로 정신을 잃어 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김모(44)씨와 아내(42)·큰딸(12)·작은딸(8) 등 일가족 4명은 모두 숨졌다.

 외국계 S항공의 인천공항지점 화물부 차장인 김씨는 이날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이었다. 0시20분까지 마지막 항공편의 화물 업무를 마감하고 서울 동작구의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김씨는 평소 승용차로 출퇴근을 했으나 이날은 휴일에 가족들이 자동차를 쓰게 하기 위해 대중교통 편으로 출근했다. 아내와 두 딸은 김씨의 퇴근시간에 맞춰 인천공항으로 차를 몰고 마중을 나왔다. 인천공항에서는 자정을 넘어서면 철도와 버스가 모두 끊기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를 낸 김씨(경기도 수원시 장안구)는 이날 오후 경기도 고양시에서 술을 마셨다.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01이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직업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를 낸 김씨도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숨진 김씨의 직장 동료들은 사고 소식에 비통해했다. 가정과 직장, 사회에 모두 성실했던 한 직장인의 일가족이 음주운전에 어이없이 희생당했기 때문이다. 김씨의 한 직장 선배는 “고인은 ‘법 없이도 살 사람’으로 불릴 만큼 조용하고 착실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1995년 대학 졸업과 함께 이 회사에 입사, 18년간 근무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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