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뇌전증학회 김흥동 회장

중앙일보

입력 2012.06.11 15:23

업데이트 2012.06.11 15:41

김흥동 회장은 "뇌전증 환자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소크라테스와 나폴레옹, 도스토옙스키와 고흐같은 위인들도 뇌전증(과거 간질로 불렸음)을 앓았습니다.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시대에 살면서도 중요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지요. 현대의학의발달로 요즘 뇌전증 환자는 발작을 조절할 수 있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환자들은 여전히 소외감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요."

뇌전증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의사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대한뇌전증학회는 관련 환우회와 함께 지난 7일 환자 권익을 위한 선포식을 열었다, 이날 주제는 '꿈과 희망의 한마당'. 뇌전증 환자에 대한 사회 인식을 개선하고 환자의 심적 고통을 위로하는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김흥동 대한뇌전증학회장(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교수)은 "그간 환자의 치료법을 연구하는 데 매진했다면 이제는 환우들에 대한 선입관을 없애고, 이들의 삶을 도와주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뇌전증 환자는 전체 인구의 1~1.5%인 5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김 회장은 "현재 치료받는 환자의 80%이상이 증상없이 건강하게 살거나 완치된다"며 "뇌전증은 더이상 희귀병이나 불치?난치병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뇌전증은 뇌가 아픈 만성질환이다. 뇌신경세포의 불규칙한 흥분 현상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일부는 뇌 손상 때문에 발병하지만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행히 약물치료와 식사요법, 수술 등의 치료술이 발전해 대부분 호전된다. 당뇨병 환자가 혈당을 조절하듯 꾸준히 관리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 김 회장은 "2~3년 약물 치료를 받아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면 약을 끊어도 재발하지 않는 경우가 5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치료 성과에도 환자들은 여전히 해묵은 편견의 틀에 갇혀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들 스스로도 권익을 찾기 위해 나서기를 꺼린다. 이들이 넘어야 할 편견의벽이 너무 높아서다. 자신의 질병이 알려질까 두려워 치료조차 남몰래 받는다.

원치않게 직장을 나오는 사례도 많다. 김 회장은 "유치원에서 보육교사를 하던 환자는 병이 알려지고 나서 그만둬야 했다. 그날 그 교사는 진료실에 와서 펑펑울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환자는 몸의 한 부분에만 발작이 찾아오는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앓고 있었다. 뇌전증 환자 중 70%는 몸의 일부분에만 가벼운 발작이 나타난다. 전신경련 환자는 30%가 채 안 된다. 취업과 결혼에 실패하는 사람도 허다하다. 주변의 오해와 따가운 시선 때문에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학회에서는 정부에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환자의 숫자와 질환의 심각성에 비해 뇌전증 환자를 홀대한다는 생각에서다. 김 회장은 "환자에게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거나 연구지원 사업을 적극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뇌전증은 이제 조절이 가능하고 완치도 기대하는 질환이 됐습니다. 이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김 회장은 무엇보다 시급하게 바로잡아야 하는 건 오해와 편견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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