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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받은 문재인 … 안철수 영입보다 막판 단일화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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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박지원(왼쪽) 원내대표와 이해찬 신임 대표가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6월 항쟁 2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이야기하고있다. [김도훈 기자]

민주통합당이 9일 출범시킨 이해찬 대표 체제가 야권 대선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이 대표 체제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관계다. 이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당내) 경선을 진행해 마무리 짓고 밖에 있는 후보(안 원장)와 단일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에 대해선 영입 보다 후보 단일화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현재로선 안 원장의 민주당 합류 가능성이 줄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 대표가 “박근혜 새누리당의 매카시즘에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면서 이념논쟁에 정면승부를 예고한 상황에서 중도층 지지에 기댄 안 원장이 합류하기는 부담스러울 거란 지적이 많다.

이 대표가 대표 수락연설에서 “단순한 여론조사만 갖고 (단일화) 할 게 아니라 정책을 갖고 해야 한다”고 한 대목도 안 원장에겐 걸리는 부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야권의 대선 경선은 결국‘박원순 모델’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이 대선후보를 선출한 뒤 제3지대의 안 원장과 야권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별도 경선을 치르는 방식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안 원장 입장에선 지지세를 공고히 하기 위해 단일화 시점을 최대한 늦출 것”이라며 “2002년 ‘노무현ㆍ정몽준 단일화’ 때처럼 대선 막판에 가서야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간의 내부경쟁에선 지금으로선 문재인 상임고문 쪽 입지가 넓어지게 됐다.

당 일각에선 ‘충청권 당 대표-호남 원내대표’ 구도 아래 '영남 대선후보'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칸을 채우지 못한 ‘영남 대선후보’에 가장 근접한 건 문재인 고문이란 얘기다.

애초 ‘이ㆍ박 연대’ 구상 자체가 문 고문을 위한 아이디어였다는 말도 있고, 문 고문은 다른 대선주자들과 달리 ‘이ㆍ박 연대’를 “담합이 아닌 단합”이라며 공개 지지했었다. 다른 대선주자들이 ‘비(非)이해찬 연대’를 꾸려 김한길 최고위원 지지에 나섰던 것도 이 대표 체제가 가져올 ‘문재인 대세론’을 염려해서였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 의 승리로 문 고문은 정치적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문 고문을 향한 역풍이 더 거세질 수 있단 얘기다. 이 대표가 당원ㆍ대의원 투표에선 사실상 패한 데다 모바일투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0.5%포인트 차의 신승을 거둔 건 사실상 ‘문ㆍ이ㆍ박 연대’에 대한 당심을 보여준 거란 시각이다.

그런 반(反) 문·이·박 연대에 대한 기류가 김두관 경남지사나 손학규 고문을 중심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지고 보면 ‘김한길 돌풍’의 이면엔 김 지사나 손 고문의 역할이 컸다. 김 지사는 현직 도지사 출신의 영남후보라는 배경에 노무현계 주류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노무현계의 거부감을 덜어줄 수 있다. 손 고문은 자신의 대리인격이었던 조정식 의원이 최고위원 진입에 실패하면서 상처를 입었지만 대선을 앞두고 ‘중도'의 필요성이 강화될 수록 언제든 부상할 잠재력이 있다는 평이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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