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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일방적으로 전화 끊은 이유가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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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오른쪽)과 김두관 경남지사(왼쪽)가 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결국 모바일이 민주통합당 대표를 결정했다. 김한길 후보는 지역순회 대의원 투표와 수도권ㆍ정책대의원 투표에서 승리했지만, 모바일에서 패하면서 0.5%포인트 차로 이해찬 후보에게 대표 자리를 내줬다. 대의원 투표는 30%, 당원ㆍ시민선거인단은 70%가 반영됐다. 시민선거인단 투표율은 75%, 당원 투표율은 24.7%(모바일)였다. 투표한 시민선거인단의 94%가 모바일로 참여했다.<표 참조>

민주당은 사회단체ㆍ한국노총과 통합한 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며 지난 1월 당대표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를 도입했다. 국민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현실을 반영해 ‘폭넓은 민심’을 당 선거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 경선에선 취지와 달리 일반 여론이나 당심(黨心)보다는 조직적인 '모심(모바일 민심)'이 더 큰 힘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지역경선을 마친 직후 지난달 31일을 전후로 몇몇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선 김한길 후보가 이해찬 후보를 뚜렷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한겨레신문 김한길 46.2%-이해찬 39.8%, MBN 김한길 30.5%-이해찬 15.5%). 이 후보 캠프가 1~2일 당원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김 후보가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바로 이때 나꼼수 멤버 정봉주 의원의 팬클럽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가 움직였다. 미권스의 회원은 20만 명이 넘는다. 이 후보의 선대위 오종식 대변인에 따르면 미권스는 5월29일과 6월1일 두 차례에 걸쳐 ‘이해찬 후보 지지’ 입장을 밝혔다. 모바일 선거인단 12만 명 중 약 8만 명이 모집기간 마지막 이틀인 29ㆍ30일에 몰렸다. 여기엔 미권스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했다는 게 당내 분석이다.

미권스는 강기정ㆍ이종걸 후보를 공식 지지하기도 했다. 대의원 투표에서 고전하던 이종걸 후보는 모바일에 힘입어 5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 후보 측은 모니터링팀을 통해 SNS의 점유율을 매일 체크하며 온라인 표심에 주목했다. 이 후보가 모바일 표몰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투표가 이뤄진 5ㆍ6일 당일이었다. 그는 5일 라디오 방송에서 사회자가 ‘임수경 막말 파문’을 집중적으로 묻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신메카시즘에 맞서겠다”고 했다. 6일에는 “북한인권법은 삐라지원법”이라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오 대변인은 “이런 과정을 거치며 SNS 점유율이 완전히 이해찬 후보 쪽으로 넘어왔다”고 했다. 그리고 이를 ‘강한 야당을 원하는 개혁 네티즌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미권스 등 이 후보와 노무현계에 가까운 온라인 조직이 모바일 선거에서 큰 힘을 발휘했고, 그 뒤에는 이 후보의 ‘선명성 전략’이 있었다는 뜻이다.

9일 전당대회 당일 미권스 회원 수십명은 ‘정봉주 구출’, ‘8ㆍ15 특별사면’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투표장에서 피케팅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1월 경선에서도 미권스는 지속적으로 피케팅을 하며 후보들을 압박했다. 모바일 선거가 처음 도입된 1월 경선에서는 노무현계인 한명숙 전 대표와 문성근 전 대표대행이 1ㆍ2위를 했다. 이해찬 후보는 노무현계의 좌장이라 불린다. 지난 총선 직전 문재인 의원은 나꼼수에 출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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