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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극장서 보려면 3주안에 서둘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영화 '여자, 정혜' 포스터

요즘 한 편의 영화가 개봉 이후 극장가에 걸려있는 기간이 얼마나 될까. 한국영화의 경우 평균 수명주기가 3주 안팎이라는 조사가 나왔다. 또 이같은 수명주기를 연장하려면, 즉 롱런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입소문'이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는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이 최근 펴낸 '영화수명주기 분석과 수용시점에 따른 영화관객 세분화를 통한 마케팅전략 다양화 방안 연구'에 실린 내용이다.

심재명(MK픽쳐스 사장).이창현(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정혜은(LG생활건강 연구원) 등 영화.마케팅 전문가 세 사람이 만든 이 보고서는 지난 2003년 3월~2004년 8월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가 흥행성적 10위권에 머문 기간을'수명주기'로 정의했다. 한국영화의 경우 평균 2003년 2.9주(총58편), 2004년 3.1주(총51편)였다. 외국영화는 이보다 평균수명주기가 크게 짧아서 2003년 1.9주(총114편), 2004년 1.8주(119편)였다.

본래 상품의 수명주기는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시점, 즉 마지막 극장에서 상영이 끝나는 시점까지 계산이 되야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영화별 상영기간을 집계한 수치가 없어서 편의상 영화주간지 '씨네 21'의 주간 흥행성적 집계 10위권을 기준으로 삼았다. 심재명씨는 "10위권 바깥의 영화까지 포함하면 평균 수명주기는 더 짦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술영화 등 처음부터 상영관이 몇 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조사대상에서 개봉당시 서울지역 스크린수가 10개 미만인 영화를 제외할 경우, 평균 수명주기는 한국영화가 2003년 3.2주(50편),2004년 3.4주(46편)로, 외국영화가 2003년 2.2주(102편), 2004년 2.4주(109편)로 다소 늘어난다.

어쨌거나 개봉작을 극장에서 보려면 대략 한국영화는 3주, 외국영화는 2주 안에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영화라는 상품은 수명주기가 일반 상품과 다르다"고 전제한다. 일반상품은 처음에는 낮은 매출을 보이다 점점 매출이 증가하지만 영화의 경우 수명주기 초반, 즉 개봉직후에 가장 높은 매출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자연히 마케팅활동은 개봉이전에 집중되고, 영화관계자들은 개봉초기 스크린수에 따라 흥행성적을 점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연구진의 사례분석 가운데 2003년 4월 개봉한 '살인의 추억'과 '엑스맨2'의 경우를 보자. 두 영화는 개봉 첫주말 흥행성적(이하 모두 서울지역 기준)과 스크린수가 엇비슷했지만 둘째주는 상황이 달라졌다. '살인의 추억'은 관객이 소폭 늘어난 반면 '엑스맨2'는 35%의 관객감소율을 기록했다. 최종적으로 '살인의 추억'은 2백만 관객을 동원, 57만에 그친 '엑스맨2'보다 네 배 가까운 흥행성적을 냈다. 수명주기 역시 '살인의 추억'은 10주인 반면 '엑스맨2'는 5주에 그쳤다.

같은 해 11월 개봉한 '올드보이'와 '매트릭스3'는 역전의 사례다. '올드보이'는 '매트릭스3'보다 첫주말 흥행성적이나 스크린수가 대략 절반정도였지만 개봉 둘째주에는 6%가량 관객이 늘어났다. 반면'매트릭스3'는 둘째주에 43%의 관객감소율을 보였다. 최종적으로 '올드보이'는 117만명을 동원해 '매트릭스3'의 93만명을 앞질렀다.

최근 흥행성공작 중에는 '말아톤'이 이런 예로 꼽을만하다. 개봉 둘째부터 뒤늦게 주간 흥행성적 1위를 차지하더니 결국 설대목 전후로 개봉한 영화들 가운데 단연 최고성적에 이르렀다.

연구진은 이런 뒷심의 비결로 먼저 영화를 본 사람들이 퍼뜨리는'입소문의 힘'을 지목한다. 연구진이 영화관객 2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영화정보를 취득하는 경로로는 '주변사람'이 으뜸이었고, 그 다음이 'TV영화프로''신문기사''인터넷포털.예매사이트'의 순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주로 개봉초기에 영화를 보는 사람일수록 '코미디'장르에 대한 선호가 높고, '휴먼드라마'는 남들보다 뒤늦게 영화를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 코미디 영화라면 개봉초 다량의 스크린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휴먼드라마'는 가늘더라도 길게 가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의견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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