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리과세의 마술 … 41.8% → 33% 세율 다이어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만기 20년. 중도에 사고팔 수 있지만 주식 매매처럼 거래가 쉽지는 않음. 금리는 연 4%대로 일부 은행 특판 정기예금보다 낮음’.

 20년짜리 국고채 얘기다. 대체 누가 이런 데 돈을 묻을까 싶지만, 많은 개인투자자가 장기 국고채에 뭉칫돈을 투자한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말까지 개인의 국고채 순매수 규모는 8524억원에 달했다. 불과 다섯 달 사이에 지난해 전체 순매수(3502억원)의 2.4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2009년만 해도 개인 국고채 순매수액은 59억원에 불과했다.

 세후 수익률과 미래 금리까지 두루 고려한 투자가 늘면서 장기채권이 각광받는다. 가장 큰 매력은 세제 혜택이다. 만기 10년 이상의 채권은 분리과세를 신청할 수 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분리과세 채권은 투자자에게 세제상 옵션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럽발 위기도 장기채의 대표격인 국고채 몸값을 높였다. 정부가 발행한 사실상 무위험 자산이어서 만기가 길어도 안심할 수 있다. 김세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 위기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보통 채권은 이자를 받을 때 15.4%가 원천징수된다. 하지만 이자와 배당을 더한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넘는 자산가는 초과 금융소득을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야 한다. 가장 높게는 41.8%에 달하는 세금을 부담할 수도 있다. 장기채권 이자에 대해 분리과세 신청을 하면 33%만 세금을 내면 된다.

 일반 국채와 더불어 물가연동국채도 10년 이상의 채권이어서 분리과세가 가능하다. 또 물가와 연동해 원금이 상승하게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따라서 물가상승률이 높아질수록 비과세수익이 증가해 종합 투자수익률이 높아진다.

 국고채는 아니지만 장기 토지주택채권도 대표적인 분리과세 채권이다. 신용등급 AAA의 공기업인 LH공사가 발행하고, 정부가 사실상 보증한다. 만기가 같은 국채보다 표면금리가 약 0.5%포인트 높지만 비슷하게 안전한 셈이다. 1개월 이표채여서 매달 이자를 받는다. 월지급식 상품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외국 기업이 홍콩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인 딤섬본드도 비슷한 범주로 묶인다. 표면금리가 연 2% 안팎으로 매우 낮아 과세액도 적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자산가들은 환차익을 기대하며 딤섬본드에 투자한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투자자들은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크다며 앞다퉈 딤섬본드를 사들였다. 다만 최근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기대만큼 강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며 딤섬본드의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다.

 분리과세 금융상품은 아예 세금을 내지 않는 비과세 상품과 달리 셈법이 다소 복잡하다. 분리과세를 신청했다가 오히려 세금을 더 낼 수도 있다. 분리과세가 유리한 것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중에서도 최고세율을 맞을 가능성이 높은 자산가다. 소득이 높아 38.5~41.8%에 달하는 세율 적용이 확실시된다면 장기채권 이자에 대해 33%만 세금을 내도록 분리과세 신청을 한다. 하지만 예상보다 금융소득이 높지 않으면 장기채에 투자했더라도 분리과세 신청을 하지 않아야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