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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조지 오웰의 선택은 ‘생각의 독립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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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어느새 한 해의 절반에 해당하는 6월입니다. 세월의 속도를 실감하면서 남은 시간을 좀 더 잘 보내는 길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 달의 책’ 6월의 주제는 ‘욕망, 그 유쾌한 선택’입니다. 보다 풍족한 개인, 보다 열린 사회를 열어가는 방안을 짚어본 신간 세 권을 골랐습니다.

조지 오웰:
지식인에 관한 보고서
고세훈 지음, 한길사
632쪽, 2만4000원

첫 문장부터 인상적이다. “이 책은 조지 오웰이 쓴 지금까지 알려진 거의 모든 일차자료에 대한 반복된 독서를 기반으로 쓰여졌다.” 일차자료는 『동물 농장』 『1984년』 등 대표작 소설을 포함해 칼럼·서평 등 ‘오웰 전집’ 20권을 포함한다. 페이지 수로 1만 쪽. 한 번 훑는 것만도 벅찬 분량이다.

 번역서가 아니라서 더욱 값지다. 저자는 영국 근대정치에 두루 밝은 고세훈 고려대 교수인데, 그가 오웰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궁금하다. 분명 『동물 농장』 『1984년』은 무시무시한 전체주의 사회를 완성한 소련 스탈린에 대한 정치 풍자소설. 당연히 오웰은 우파일 듯하지만, 본인 주장이 이렇다.

 “정서적으로 나는 명백한 좌파이다.” 액센트는 뒤에 있다. “그러나 작가는 정당정치에서 자유로울 때만이 진정 정직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정당정치란 패권화된 스탈린주의를 말한다. 또한 그걸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2차 대전 전후 유럽 지식사회도 포함한다. 오웰의 눈에는 스탈린 체제 못지 않게 그를 비판하는 걸 금기로 알던 지식인 풍토가 역겨웠다. 때문에 오웰은 당시 영국의 외톨이였다.

 지식인의 8할이 그러한 분위기인데, 그 혼자서 반대했기 때문이다. 『동물 농장』만 해도 영국 내 출판사 네 곳에서 딱지 맞은 뒤에야 가까스로 빛을 봤다. 미국 출판계는 더 했다. 무려 열 두 곳에서 출판을 거부했다. 그럼 좌파이되, 좌파 정치를 반대했던 오웰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는 지식인이 진정한 자율적 개인이기를 원했다. 즉 무정부주의자에 가까운, ‘생각의 독립정부’를 원했다.

 냉전이 끝난 지 20여 년인 지금까지도 철 지난 이념 논쟁와 진영 논리에 갇혀있는 한국사회에서 이 신간이 새롭게 읽히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저자도 이점을 분명히 한다. “오웰이 문제 삼는 것은 진리의 내용이나 방향이 아니었다. 그는 정치적 편의에 따라 입장을 바꾸며 상대방이 단지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박해하는 일을 통탄했다.”(429쪽)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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