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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락,녹음될줄 알면서 "이대통령 '뭔짓'대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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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종석(42·구속기소)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지난해 3월 “불법사찰과 증거인멸로 기소된 국무총리실 공무원들에게 응분의 보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청와대 최고위층에 보냈다는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이 보고서가 청와대 최고위층이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에 대해 알고 있었음을 입증할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보고서 확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최 전 행정관의 보고서 전달 경로도 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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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검찰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최근 진경락(45·구속기소)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의 구치소 접견기록에서 이 같은 정황을 찾아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진 전 과장은 지난해 3월 말 면회 온 부인에게 “최 전 행정관이 내 문제와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 최고위층에 보냈다고 하는데 그를 만나서 보고서 내용을 들어보라”고 말했다. 진 전 과장의 부인은 며칠 뒤 다시 면회 와서 최 전 행정관으로부터 전해들은 보고서 내용을 남편에게 전달했다. 그 핵심 내용은 “감방에 있는 사람들이 배신감 때문에 돌아설 지경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응분의 보상과 사후관리를 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오랫동안 부담이 될 것이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 전 과장은 2010년 8월 불법사찰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돼 그해 11월 1심에서 징역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진 전 과장은 이때부터 주위에 “내가 한 일이 아닌데 억울하다. 진상을 폭로하겠다. 청와대 수석들을 줄줄이 법정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실제 이듬해 2월 중앙징계위원회에 “사실은 민정수석실의 K, C비서관이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 증거인멸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서면진술서를 보냈다. 또 면회 대화 내용이 녹음·녹취되는 걸 알면서도 그를 면회 온 K의원 등 지인들에게 이 사건과 관련된 청와대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격하게 성토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 사안을 보고받고 ‘아무것도 아닌 일을 게이트로 만들어 놓고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냐’라고 크게 화를 냈다” “민정수석실 ○○○, ○○○, ○○○을 수갑 채워서 여기(교도소) 데리고 와야 한다. 진범들을 모두 잡아넣어야 한다” “내가 나가면 대통령과 독대하기로 돼 있다. 수석들, 비서관들 모두 손보겠다” 등의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검찰은 진 전 과장의 일련의 발언들로 볼 때 최 전 행정관이 상황이 급박하다는 걸 알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를 청와대 보고라인을 통해 최고위층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 전 행정관을 상대로 보고서의 존재 여부와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또 진 전 과장이 최 전 행정관의 보고서 작성 시점 직전에 그에게 “보상할 마음이 있거든 한꺼번에 보상하라”고 말했다는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전 과장은 또 당시 지인들에게 “(뚜렷한 대책이 없으면) 3월 말까지 진상을 폭로하겠다”며 구체적인 폭로 시기까지 정해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폭로하지 않았다.

검찰은 진 전 과장의 폭로 포기 과정에 보고서 건의 내용대로 ‘응분의 보상’이 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상휘(49)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이날 재소환해 장진수(39) 전 총리실 주무관 외에 진 전 과장과 이인규(56)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에게도 돈을 줬는지 추궁했지만 이 전 비서관은 이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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