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몽골 울란바토르로 가는 하늘길이 유독 좁은 건 항공사 담합 탓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대한항공과 몽골항공이 서로 짜고 아시아나항공의 몽골 노선 진입을 방해해 온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두 항공사는 1999년부터 14년째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을 단독 운항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몽골항공은 2005년 10월 “몽골 노선이 증편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자”고 합의했다. 국토해양부가 주 6회인 정기편 운항 횟수를 늘리기 위해 몽골 정부와 항공회담을 시작했을 때다. 국제항공협정에 따르면 정기편 운항 횟수가 6회를 넘으면 신규 항공사에 우선 배정된다.
두 항공사는 몽골 항공당국에 적극적인 로비를 펼쳤다. 대한항공은 2010년 몽골 항공당국 고위간부와 가까운 후원자 20명을 제주도로 초청하면서 항공권과 숙식비 등 총 1600만원어치를 제공하기도 했다. 윤수현 공정위 국제카르텔과장은 “2005년 이후 매년 몽골 당국자의 가족과 지인에게 이런 식의 편의를 제공해 왔다”며 “경쟁자(아시아나항공)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기 위해 몽골 정부에 부당한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몽골 항공회담은 매년 열렸지만 몽골 측 반대로 번번이 결렬됐다. 2003년 7만 명이던 양국 탑승객 수는 지난해 23만 명으로 뛰었다. 하지만 정기편 운항 횟수는 2003년 이후 10년째 주 6회에 묶여 있다.
몽골 노선은 여름만 되면 좌석 부족에 시달린다. 지난해 8월 대한항공 몽골 노선 탑승률은 94%로, 국제선 전 노선(84%)을 크게 웃돌았다. 여름 성수기마다 임시편 10~60편이 추가로 투입될 정도다. 항공료도 비싸다. 비행시간(3시간30분)이 비슷한 홍콩·선전·광저우 노선보다 평균 운임이 20% 이상 높다. 항공사엔 수익률 좋은 알짜 노선이다. 2005~2010년 대한항공의 몽골 노선 이익률은 전 노선 평균(-9~3%)보다 훨씬 높은 19~29%였다.
하지만 공정위의 제재는 어정쩡하다. 공정위는 익명의 제보를 받고 2010년 10월부터 몽골 노선 담합조사를 해왔다. 1년7개월 조사 끝에 나온 조치지만 정작 과징금 부과는 빠졌다. 윤수현 과장은 “두 항공사가 ‘부당한 방법을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하자’고 명시적으로 합의했다는 증거가 부족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증편을 최종 결정하는 권한은 양국 정부에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몽골과의 외교관계도 고려됐다.
대한항공은 아예 담합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몽골 정부가 증편에 반대한 건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지 대한항공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대한항공은 28일 낸 보도자료에서 “대한항공은 의심의 소지가 있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며 “정부 간 항공협상이 항공사에 의해 좌지우지돼 무산됐다고 본 건 부적절한 인식”이라고 반박했다.
카르텔 사업자끼리 가격이나 생산물량·판매지역을 서로 짜고 정함으로써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 공동행위 또는 담합이라고도 한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사건엔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역대 최대 과징금 사건은 2010년 적발된 6개 액화석유가스(LPG) 업체의 판매가격 담합으로, 총 과징금은 6689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