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설 연휴 한국영화] 전도연·고소영 자존심 대결

중앙일보

입력

설날 연휴에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곳의 하나는 극장가다.

최근 경기가 좋지 않은 까닭인지 올해 설엔 사람들의 마음을 풋풋하게 달래주는 로맨틱 코미디가 많은 게 특징이다. 스펙터클한 화면으로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대작이 드문 대신 일상의 잔잔한 얘기로 관객의 감성을 일깨우는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황금 같은 연휴를 맞아 관객잡기에 뛰어든 한국.외국 영화들을 살펴본다.

심은하와 함께 한국 여성배우의 트로이카로 꼽히는 전도연과 고소영이 맞붙었다. 이미 영화계에서 단단하게 입지를 굳힌 전도연에게 고소영이 도전장을 내민 형식이다.

지난 13일 개봉한 전도연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박흥식 감독) 에 고소영의 '하루' (한지승 감독) 가 20일 선보이며 관객 확보전에 가세했다.

'접속' '약속' '내 마음의 풍금' '해피엔드' 등으로 배우로서 입지를 단단히 굳힌 전도연에 비해 '비트' '연풍연가'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러브' 등에 출연했으나 배우로서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했던 고소영이 명예회복을 노리는 모양새다.

두 영화의 성격도 판이하다. 영화의 영원한 주제인 남녀의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선 비슷하나 작품 소재와 전개 방식엔 그다지 공통점이 없다.

'나도 아내가...' 가 청춘남녀의 엇나가는 사랑과 최종적인 만남을 경쾌하게 소화한 로맨틱 코미디라면 '하루' 는 전반부엔 '나도 아내가...' 처럼 가볍게 출발했다가 후반부엔 관객의 울음을 유도하며 무겁게 끝내는 드라마다.

그 때문에 '나도 아내가...' 가 과거와 현재 등 영화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비교적 형식의 다양화를 꾀한 반면 '하루' 는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인물의 변화를 시간순으로 따라가는 단선적 구도를 택했다. 내용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형식의 상이함일 것이다.

'나도 아내가...' 에선 '박하사탕' '단적비연수' 로 일약 스타급 배우로 떠오른 설경구가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다.

시간이 나면 비디오로 나중에 만날 아내에게 영상편지를 녹화하는 평범한 은행원(설경구) 이 은행 바로 건너편의 보습학원 여강사(전도연) 와 사랑에 골인한다는 해피엔딩이다. 누구보다 뛰어날 것 별로 없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처리했다.

반면 '하루' 는 '편지' 처럼 슬픈 영화다. 오랜 불임 끝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가 임신 중에 무뇌아로 판정받는 한 부부의 좌절과 희망을 그리고 있다.

'주유소 습격사건' '플란다스의 개' 등에 나왔던 이성재가 고소영의 남편역을 맡았다.

영화의 감도를 높이려는 의도 때문인지 군데군데 현실성의 문제가 노출되나 화면 구성과 배우의 연기 등은 무난한 편이다.

이에 비해 디지털영화 '눈물' 은 제법 파격적인 작품이다. 제목만 보고 최루성 작품을 연상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임상수 감독은 이번엔 가출 청소년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없는 청소년 네 명을 거리에서 선발해 우리 시대의 청소년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일종의 의사(疑似) 다큐멘터리 같은 작품이다.

영화는 6㎜ 디지털 카메라의 기동성을 최대한 살려 청소년의 탈선현장을 생동감 있게 잡아내는 동시에 그 사회 질환의 뿌리인 어른들의 허위의식과 위선 등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지난해 말 선보인 박철수 감독의 '봉자' 가 국내 첫 상업 디지털 영화를 표방했으나 흥행에서 참패한 것과 달리 같은 저예산 디지털 영화인 '눈물' 이 어떤 반응을 끌어낼지 주목된다.

박진감 있는 카메라 연출, 신인 배우들의 헌신적인 연기로 어떤 필름영화 못지 않은 화면을 보여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