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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모르게 병원간 최시중,현재까지 입원비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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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한때 '왕의 남자'라 불리며 위세를 떨쳤던 최시중, 천신일, 박연차 씨. 이들이 원래 있어야 할 곳은 감옥인데 웬일인지 모두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JTBC가 25일 보도했다.

남부럽지 않은 권세를 자랑했던 최시중 전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그리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하지만 지금은 범죄인 신분으로 전락했다. 그나마 감옥대신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 그런데 왜 이들은 같은 병원 모여 있는 것일까?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20층 VIP 병실. 전망 좋기로 유명하지만 커튼이 창을 둘러 싸고 있다. 달아나는 봄 햇살을 받으려는 다른 병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망원 렌즈에 한 남자가 잡힌다. 환자의 시중을 들거나 경호하는 이로 보인다.

이곳에는 박연차, 천신일 씨가 입원해 있었는데 최근 구속기소됐던 최시중 씨가 막차를 탔다. 모두 교도소나 구치소 대신 치료를 이유로 입원한 것이다.

VIP 병실 내부로 들어가 보았다. 2중 3중으로 경비가 철저하다. 철저한 보안과 비교적 서울 중심부와 떨어진 지리적 요인이 이들이 서울대병원 대신 이곳을 택한 이유로 보인다.

이들이 머물고 있는 VIP실의 입원비는 얼마나 될까? 병원 관계자는 "(이번달 지금까지 입원비가) 3770만원 정도됩니다. 중간에 납부한 것 제외하고 추가된 금액이 그 정도거든요"라고 말했다. 복도에는 폐쇄회로TV가 있어 24시간 외부인의 출입을 감시하고 있다.

환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보안카드와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층 전체에 병실은 단 7개에 불과하다. 병원 관계자는 "면회 할 수 없나요?"라는 물음에 "지금은 면회 안돼요"라고 말했다.

세 사람은 모두 외부인과의 접촉이 금지돼 있다. 그런데 검진을 받기 위해 엘레베이터를 탄 박연차씨가 JTBC 카메라에 잡혔다. 박 씨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3년여 만이다. 휠체어를 탄 박 씨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고 말문을 닫았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3주기를 맞은데다 최근 노건평 씨와 관련된 검찰 수사로 자신의 이름이 또 언급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 것으로 보인다.

세 사람은 기묘한 인연으로 엮여 있다. 박연차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천신일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후원자다. 각자가 모신 주군은 다르지만 두 사람은 30년 지기로 대한레슬링협회 회장과 부회장을 맡으며 의형제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신일 씨와 최시중 씨는 MB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이다. 두 사람은 정권 초기 6인회의 멤버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천 씨는 또 최근 미래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하나캐피탈이 투자하는데 다리를 놓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가족 외에 면회가 금지된 천 씨의 심경을 듣기위해 서울 성북동 자택을 찾아가 보았다. 가족과 측근들은 모른다는 답변 뿐이다.

'권력의 정점에서 범죄인으로 추락', 정권 말기면 되풀이되는 이런 구태에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송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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