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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주의 자동차콘서트 ④ 경차 맞수 20년 경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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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권용주
자동차 칼럼니스트

1991년 5월 국내 첫 경차인 ‘티코’가 등장했다.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혜택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96년 1가구 2차 중과세 면제, 등록세 인하,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용주차장 할인 등의 혜택이 적용되면서 티코는 판매에 날개를 달았다. 연간 10만 대 이상도 거뜬했다. 뒤늦게 현대 아토스와 기아 비스토가 추격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98년 티코는 마티즈로 대체됐다. 그리고 ‘IMF(국제통화기금) 위기’가 찾아왔다. 경차 전성시대가 열렸다. 마티즈를 포함한 경차 점유율은 35%에 달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경차 전쟁도 시작됐다. 현대차는 마티즈의 아성에 밀려 아토스의 내수판매를 포기했다. 대신 기아 비스토를 남겼다. 하지만 2003년 8200여 대 판매에 그쳤다. 같은 기간 마티즈는 3만4000여 대 팔렸다.

기아차는 2004년 비스토 후속으로 모닝을 내놨다. 한데 배기량을 1000㏄로 키우면서 경차 기준에서 벗어나 버렸다. 동시에 경차 혜택도 누릴 수 없게 됐다. 경차 시장은 마티즈 독점체제로 거듭났다. 2005년 3월 등장한 2세대 마티즈는 4만6000여 대나 팔려 나갔다. 고심하던 기아차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경차 규격을 바꾸는 것이었다. 경차의 배기량 기준을 기존의 800㏄ 미만에서 1000㏄ 미만으로 바꾸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각종 공청회가 열려 경차 규격 확대를 논의했다. 정부는 극렬히 반대하던 GM대우의 입장을 반영, 2008년부터 새 배기량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때맞춰 기아차는 2008년 1월 뉴 모닝을 내놨다. 결과는 인기 폭발이었다. 데뷔 첫해에만 8만4000여 대나 팔렸다. 반면 마티즈는 5만여 대 판매에 그쳤다. GM대우도 2009년 8월 3세대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로 맞불을 놨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지난해 기아차는 2세대 모닝을 선보여 시장 굳히기에 돌입했다.

한편 경차가 인기를 끌자 가격도 가파르게 올랐다. 시장 확대를 위한 정부 지원이 가격 인상의 빌미가 됐다. 경차 값이 준중형차에 육박하거나 오히려 넘기도 한다. ‘가볍고 작은 차(輕車)’가 아닌 ‘경제적인 차(經差)’의 원래 의미를 되새겨 볼 시점이다.

권용주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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