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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버그 “한·중 가까워져도 한·미 신뢰 문제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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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앙일보·CSIS포럼 2012’가 ‘아시아 내 정치적 변화의 바람: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2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 국무부 부장관, 장달중 서울대 교수, 마이클 그린 CSIS 일본석좌, 문정인 연세대 교수. [김도훈 기자]

“경제 성장에 따른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예측은 비현실적이다. 미국은 한·중관계가 가까워진다고 해서 한국이 한·미관계를 등한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아시아, 미국 그리고 러시아에서의 리더십 변화’를 주제로 한 제1 회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스타인버그는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에게) ‘중국을 너무 가까이 하지 마시오’라고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한·미 사이의) 신뢰는 두터우며 문제가 없다. 세계는 중국을 필요로 하며,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한·미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김영희 대기자의 "중국의 영향력 강화가 불편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내놓은 답변이다. 회의에선 중국의 부상에 대한 정치·경제적 분석과 대응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으며, 일본·인도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스타인버그=중국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인도가 중요해지고 있다. 복수의 플레이어가 나오는 건 건강한 일이다. 인도는 그 자체로 미국의 주요 파트너다. 따라서 앞으로 인도를 둘러싼 지역 정세는 안정적이어야 한다. 중국 역시 협조적이며, 공격적이지 않아야 함께 성공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인도가 전략적으로 나름의 역할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미국이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적극 참여하고자 했던 것도 인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였다는 점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봉쇄하려는 것인가’라는 생각 자체에 모순이 있다. 미·중은 제로섬(zero sum)게임이 아닌 플러스섬(plus sum) 게임을 하고 있다. 중국은 국제법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중국을 격려하는 일이다. 아직도 패권은 중국이 아닌 미국에 있다. 경쟁이 되지 않는다. 중국의 GDP가 높다고 하지만 인구 수로 나누면 중국은 80위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이 군사력 부문에서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미국은 60개국 이상과 연합하고 있다. 중국에는 파키스탄과 북한 정도밖에 없다. 또 중국은 내부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미국 내에서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이클 그린 CSIS 일본석좌=조지타운대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언젠가는 여러분 모두가 일본 총리가 될 테니 공부 열심히 해두라’고 농담하곤 한다. 관료보다는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확실히 커지는 경향이 일본에선 두드러지고 있다. 정치적 목소리는 커졌는데 (정책을) 집행할 관료적 능력이 결여된 상태다. 이 상황이 빨리 해결돼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다. 이 사실은 누구도 무시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다.

 ▶장달중 서울대 교수=중국을 위주로 세력 균형이 재편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어떤 안보전략을 취할지 중요하다. 한국 국민은 한반도를 둘러싼 구도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중국 모두 리더십 변화를 앞두고 있는데 이것이 결국 구도 개편에도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한다. 또 갈수록 미국 덕에 먹고사는 사람보다 중국 덕에 먹고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구조적인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존 햄리 CSIS 소장·CEO=향후 2~3년 사이 한·미 양국은 군사적인 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정의(redefine)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통합된 국방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걱정하는 바는 동북아가 아니라 남중국해다. 몇년 안에 상당한 군사적인 행위가 이 지역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동북아에서 통제권을 잃을 상황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동남아가 오히려 걱정이다. 이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10~15년 동안은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본다.

특별취재팀=전수진·유지혜·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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