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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형님은 공 던지고, 동생은 받아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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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3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9회 말 4-3 리드를 지켜 승리를 따낸 롯데 김사율(오른쪽)과 그의 사촌 동생 김사훈 배터리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구=김진경 기자]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경기. 롯데가 4-3으로 앞선 9회 말 마무리 김사율(32)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이때 포수 마스크를 쓴 선수는 김사훈(25). 김사율의 사촌동생으로 프로야구 사상 처음 ‘사촌형제 배터리’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김사훈은 주전 포수가 아니었으나 선발 포수 강민호가 8회 초 대주자로 교체돼 8회 말부터 경기에 나섰다.

 사촌형제 배터리는 1이닝 1피안타·무실점으로 4-3 승리를 지켜냈다. 마지막 타자 이승엽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김사훈은 마스크를 벗고 김사율을 향해 꾸벅 인사했다. 김사율은 환하게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청했고, 그제야 김사훈도 웃으며 손바닥을 마주쳤다. 사촌형제는 첫 호흡에서 최상의 결과를 냈다.

 첫 사촌형제 배터리의 탄생은 ‘형제애’가 바탕이 됐다. 김사훈은 2010년 한민대 졸업 뒤 프로에 지명받지 못했다. 그 소식을 들은 김사율은 구단에 입단 테스트를 부탁했고, 김사훈은 신고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김사훈은 지난해 2군에서 이용훈과 호흡을 맞춰 프로 첫 퍼펙트 경기를 일궈내는 등 기량을 인정받아 올 시즌 정식선수 계약을 맺었다. 정식선수가 된 김사훈의 소감은 “(김)사율 형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였다.

 1군 데뷔 기회도 빨리 찾아왔다. 백업포수 경쟁을 벌이던 이동훈과 윤여운이 각각 부상과 경기경험 부족으로 2군으로 내려갔고, 김사훈이 지난 16일 1군에 합류해 사직 넥센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이틀 뒤인 18일 사직 KIA전에서 선발 출장했으나 6회 강민호와 교체돼 김사율과 배터리를 이룰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드디어 23일 김사율의 공을 받고 싶다는 김사훈의 꿈이 이뤄졌다. 김사훈은 “꿈꾸던 순간이 이뤄져 정말 기분 좋다”고 했다.

 프로야구 첫 ‘형제 배터리’는 청보에서 함께 뛴 김상기-동기였다. 1986년 7월 25일 잠실 OB전 청보 투수 김상기가 1-2이던 3회 말 무사 1루에서 선발 조병천을 구원 등판해 포수 김동기와 역대 첫 ‘형제 배터리’를 이뤘다. 김상기-동기 배터리는 1이닝 1피안타·무실점을 합작했다. 이들은 총 4경기에서 짝을 이뤘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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