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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초반의 중대 결심, 백2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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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 3국> ○·원성진 9단 ●·천야오예 9단

제2보(21~30)=흑 세력의 확대를 염려해 백△로 뛰었기 때문에 흑21의 실리를 허용했다. 좌측에서 실리를 취한 대가다. 그러나 바둑판에서의 실리란 실생활에서의 ‘돈’과 똑같은 것. 아등바등 탐해서도 안 되는 것이지만 실리가 결국 승패를 결정짓는다는 것은 한시도 잊을 수 없는 사실이다. 바둑은 끝나가는데 한 집이 모자라 피를 말리는 고통을 당해 본 사람은 실리의 위대함을 인정한다. 더구나 이 판은 결승전으로 가는 마지막 판이다. ‘실리’에 대한 절박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22로 꼬부려 안전을 확보하자 천야오예 9단은 23으로 계속 압박한다. 여기서 평범하게 둔다면 ‘참고도’ 백1로 걸치고 흑2 받을 때 3으로 벌려 두는 것이다. 이 다음 흑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막막하다. 상변을 A쯤 두어야 할까. 아무튼 백은 큰 덤도 있으므로 서서히 두며 상대에게 볼을 넘기는 것도 일책인데 원성진은 24로 곧장 파고들었다. 초반의 중대 결심이다. 24는 거칠고 사나워 보인다. 그러나 핵심은 ‘참고도’ 흑2로 귀가 굳어지는 게 싫다는 것이다. 앞서 얘기한 대로 실리에 대한 프로의 민감한 반응이라 말할 수 있다. 25, 27은 준엄한 공격.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원성진은 28, 30으로 파고든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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