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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가 주주 속였다” 뿔난 투자자들 집단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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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저커버그

페이스북 주주들이 단단히 뿔났다. 23일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기업공개(IPO) 때 주식을 산 주주들이 마크 저커버그(28) 최고경영자(CEO) 등 페이스북 경영진과 IPO를 주도한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미국 뉴욕시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주주들은 “저커버그 등과 모건스탠리가 진실이 아닌 것을 알렸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의 매출액 전망이 축소된 사실 등을 일반 주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주주들은 “저커버그 등 경영진과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사업설명회 등의 IPO 서류 내용이 주주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제기된 소송은 모두 집단소송이었다. 저커버그와 모건스탠리 등의 잘못이 드러나면 거액을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 공모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은 “상장 이후 나흘 동안에만 6억 달러(약 6960억원) 정도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주가가 더 떨어질수록 저커버그 등이 배상해야 할 돈은 더 늘어난다. 그러나 주주들이 저커버그 등의 잘못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저커버그 등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은폐했는지를 입증하는 일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앤서니 사비노 존스대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소송 첫 단계여서 (재판 결과를) 이야기하기 너무 이르지만 주주들이 소송을 낸 것 자체가 큰 이슈가 될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 증권감독 당국도 모건스탠리가 페이스북 IPO 직전에 실적 전망이 바뀐 것을 일부 투자자에게만 알린 게 문제가 있다고 보고 조사에 들어갔다.

 더욱이 모건스탠리는 상장 첫날 페이스북 주가가 떨어지자 주가 부양작업을 하면서 “페이스북 주식을 공매도해 1억 달러 정도 이익을 챙겼다”고 WSJ는 보도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수록 돈을 버는 베팅이다. 그래서 공매도는 투자자 이익을 우선시해야 할 주간 투자은행으로선 해선 안 되는 일로 꼽힌다.

 이처럼 페이스북 상장이 금융 스캔들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상원 금융위원회도 수많은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보고 있는 점을 들어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집단소송 피해자 일부가 소송을 제기하지만 판결 효력은 피해자 전체에 미치는 일괄구제 제도. 한국에선 낯설지만 미국에선 활성화돼 있다. 최근 미국 법원은 고엽제 피해자들이 제조사를 상대로 제기한 피해배상 집단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경제 분야에서도 경영자의 허위공시, 분식회계 등에 의해 피해를 본 주주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해 손해를 배상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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