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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멘 모타의 알마’ 안무가 호아킨 마르셀로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카르멘 모타의 알마’에서 호아킨 마르셀로가 만든 안무의 한 장면.

내한공연의 볼거리는 비단 해당 가수, 해당 안무가의 무대에서 그치지 않는다. 더욱 눈 여겨 볼 것은 그들 무대에 보내는 한국 팬들의 화답이다.

스페인 플라멩코의 전설 카르멘모타와 그의 아들 호아킨 마르셀로(사진) 역시 낯선 한국 무대에서 장미세례를 받았다. 커튼콜 무대에 소복하게 쌓인 수백송이의 장미는 전 세계 어느 무대에서도 찾아 볼 수 없던 환대였다. 고국에 돌아가서까지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이들은 3년 만에 다시 한국땅을 밟는다. 이달 23일부터 26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카르멘모타의 알마’ 프로젝트를 공연하기 위해서다. 스페인에 이어 첫 번째로 진행되는 해외 무대다. 카르멘 모타의 아들이자 이번 무대의 안무를 맡은 호아킨 마르셀로를 서면으로 만났다.

-8살 때 청각장애를 갖게 됐다고 들었다. 안무가로서 고충이 대단하겠다.

“어릴 때 고열을 동반한 바이러스성 수막염을 앓아 청력을 잃게 됐다. 하지만 언어를 미리 배워둔 덕에 사람들의 입 모양을 보고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멜로디를 이해하는데 장애가 있는 나로서는 무용수로 살아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춤을 출 때는 단 한 순간도 바닥의 진동에서 정신을 떼지 않는다. 진동을 놓치면 리듬을 잃게 되고, 리듬을 잃는 순간 안무는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어머니 카르멘 모타는 안무가로서의 당신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자만심에 저지른 실수로 한동안 무대와 플라멩코를 멀리했던 적이 있었다. 그건 내가 어느 정도 안무가로서 인정을 받아가고 있을 때였는데 중요한 무대 위에서 그만 박자를 놓치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혼자만의 흥에 취해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을 거다. 플라멩코가 무서워졌다. 그때 나를 불러 앉힌 어머니는 자신만의 플라멩코를 보여 주셨다. 그때 그분의 표정에선 안무 선생님으로서의 엄격함과 어머니로서의 안타까움이 동시에 비췄던 것 같다. 자식을 위로하면서 당신의 슬픔 역시 달래려는 그녀의 몸짓이 눈앞에서 그림같이 펼쳐졌다. 그 장면은 아마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거다. 그 순간 인간의 감정으로써 플라멩코를 느끼기 시작했다. 여러분은 음악이 없는 상태의 플라멩코를 상상도 못하겠지만, 나에겐 정적 속에서 인간의 감정으로 피어나는 플라멩코야말로 천상의 춤이다.”

-2005년부터 꾸준히 한국에서 공연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특히 이번 공연의 해외 첫 공연지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카르멘 모타의 푸에고’는 2004년부터 27개국을 넘나들며 공연을 펼쳤다. 그 중 몇몇 나라는 공연을 통해 특별한 유대관계를 형성했다. 한국도 그 중 하나다. 이는 집시의 한이 담긴 플라멩코의 역사와 한국 관객들의 감성이 통한 덕분이겠고, 무대에 강렬한 반응을 보여준 한국 관객과의 유대감 덕일 수도 있다. 거기에 이병수 프로듀서와의 특별한 관계까지 보태, 이번 ‘카르멘 모타의 알마’ 월드 프리미어의 첫 공연지로 서울의 LG아트센터를 결정하게 됐다.”

-‘카르멘 모타의 알마’는 전작 ‘카르멘 모타의 푸에고’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나.

“‘푸에고’는 플라멩코의 열정과 힘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던 무대였다. 서열·나이·문화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감동할 수 있는 요소들로 관객을 흡입력 있게 끌어들였다. ‘알마’는 여기에 시각적으로 매우 강렬한 쇼를 더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알마’와 ‘푸에고’는 본질적으로 같은 선상에 있다. 희로애락, 인간의 모든 감정을 플라멩코라는 춤 하나에 녹여내는 일 말이다. ‘알마’는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이를 포장하겠지만, 관객들이 가져가는 감정은 전작과 동일할 것이다. 우리는 이전 작품인 ‘푸에고’에서처럼, 관객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가슴을 울리기를 원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한마디.

“우리는 지난 몇 년간 한국 관객들이 보내준 따뜻한 찬사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우리는 절대로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이번 무대 역시 한국 관객들이 모든 장면을 스스로의 주관적인 느낌을 통해 받아들이고, 또 그것이 그들의 입을 통해 특별하다고 추천되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어떤 공연이든 그것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백지와 같은,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공연장에 가는 것이다. 새로운 모든 것에 놀랄 준비를 하고 오시길 바란다.”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 사진="더블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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