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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플라멩코 아니다, 이것은 몸을 사른 불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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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카르멘 모타의 알마’ 2막의 선술집 장면. 이 곳에서 연인들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가 펼쳐진다. 이 작품은 14명의 무용단과 6명의 연주자로 이뤄져 있다. [사진 더블유엔터테인먼트]

청각장애 플라멩코 안무가로 유명한 호아킨 마르셀로(47)는 무용수였던 어린 시절 관객 앞에서 큰 실수를 했다.

바닥의 진동으로 박자를 읽던 마르셀로는 흥에 취한 나머지 박자를 놓쳐 음악과 동작이 따로 노는 민망한 상황을 만든 것이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던 그는 한동안 무대와 플라멩코를 두려워했다.

 그때 그의 어머니이자 ‘스페인 플라멩코의 살아있는 전설’ 카르멘 모타(76)가 그를 불렀다. 8세 때 뇌수막염으로 청각을 잃은 아들에게 춤을 가르쳤던 어머니였다.

엄한 선생님이었던 그는 아들 앞에서 아무 말 없이 플라멩코를 추기 시작했다. 아들은 어머니의 춤에서 진동이 아닌 위로와 슬픔의 감정을 느꼈다. 마르셀로는 “춤은 인간의 희로애락이 몸짓으로 승화된 것이란 진실을 그때 깨달았다”고 했다.

 그리고 2012년 5월, 모자(母子)가 지향했던 춤의 이샹향이 한국에서 펼쳐진다. 아들이 안무를 짜고 어머니가 제작·연출하는 ‘카르멘 모타의 알마’가 2009년 ‘푸에고’ 공연 이후 3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영혼(Alma)’이라는 뜻의 작품명처럼 이번 공연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타오르는 플라멩코의 뜨거움을 느낄 수 있다.

 지난 1977년 ‘카르멘 모타 컴퍼니’를 창단한 후 쉬지 않고 대작을 만들었던 모타는 이번에 전통적인 플라멩코의 안무에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쇼를 접목시켰다. 1막에서는 정통 플라멩코에 탱고·재즈·현대무용이 어우려진다. 무용수들은 칵테일 드레스나 수트를 연상케 하는 현대적인 의상을 입고 군더더기 없는 군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절제되고 세련된 1막과 달리 2막은 삶과 죽음, 행복과 슬픔, 고독과 환희 등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들을 녹여 자유로운 축제 형태로 꾸민다.

 ◆‘카르멘 모타의 알마’=23~26일. 서울 LG 아트센터. 5만 5000원~15만원. 02-517-0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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