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상장 이후

중앙선데이

입력 2012.05.20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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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호 30면

38.23달러.
정보기술(IT)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의미 있는 숫자다. 금세기 최대 기업공개(IPO)로 관심을 모은 페이스북(Facebook)의 상장 첫날 성적표다. 전 세계 투자자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계는 상장 첫날 종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왜냐하면 이날 주가는 향후 세계 IT 경기를 가늠할 시금석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홍승일 칼럼

뚜껑을 열어보니, 체면은 구기지 않을 정도였다. 회사 측이 시장에 주식을 내놓으면서 부른 값(공모가)이 주당 38달러. 18일(현지시간) 사자·팔자가 난타전을 벌이며 상장 첫날로는 거래량이 기록적이었으나 종가는 겨우 23센트, 0.6% 오른 데 그쳤다. 주당 40달러를 훨씬 웃돌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던 페이스북 입장에선 머쓱할지 모른다. 그래도 공모가를 밑돌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일지 모른다. 멀리는 구글·아마존, 가까이는 그루폰·링크트인처럼 IT 기술주들의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수십% 이상 치솟은 것과 대조됐다. 이를 계기로 페이스북 주가 산정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비판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상장 며칠 전부터 ‘그리스 국가 부도 위기’라는 메가톤급 악재가 금융시장에 몰아닥친 불운을 감안해도 그렇다는 중론이다.

페이스북 거품론의 대표적 논거는 수익모델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이 회사 전체 매출의 85%를 점하는 온라인 광고 매출 성장세가 지난해부터 둔화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지난 1분기 광고 매출은 8억7000만 달러에 그쳐 지난해 4분기보다 8% 줄었다. 이용자별 맞춤형 광고 노출 기법도 구글에 뒤진다는 지적이 많다. 페이스북 가입자의 80% 이상이 광고물에 클릭하지 않는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미국 내 세 번째로 큰 광고주인 GM이 페이스북 상장 직전에 이 사이트에 대한 온라인 광고 예산 1000만 달러의 집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것도 광고 효과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켰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은 이달 초 미국의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에 대해 비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SNS에 호감을 갖기에는 부담스러운 80대 연령의 소견이긴 하지만….

개인 신상·성향 정보를 페이스북처럼 낱낱이 드러내야 하는 SNS는 앞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을 상장하던 그날, 150억 달러 규모의 집단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사이트에서 로그아웃했는데도 개인정보를 추적당했다는 이들이 모여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페이스북을 사지 않는 이유’라는 제하의 최근 칼럼에서 이용자를 더 이상 늘리기 힘들다는 점과 함께 잠재적 사업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성장의 걸림돌로 꼽았다.

그렇다고 이번 상장이 실패작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페이스북에 대한 비관론 못지않게 낙관론도 거세다. 창립 8년에 불과한 이 회사는 기업공개를 통해 무려 1046억 달러(123조원)의 시가총액을 갖는 회사로 거듭났다. 상장 하루 만에 구글 기업가치의 절반에 버금가는 기업임을 시장에서 공인받았다. 공모를 통해 184억 달러의 실탄을 확보하고, 20대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는 191억 달러의 주식 부자가 됐다.

9억 명에 달하는 세계 각국 가입자의 개인정보와 네트워크가 창출할 유·무형의 수익모델도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온라인 광고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령 페이스북에서 가동 중인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에는 80만 개의 앱이 있다. 애플 앱스토어보다 30% 많은 규모다. 무료 앱 전략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지만 유료 앱으로 성공적 전환을 할 경우 그 위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아직 상거래나 검색 기능을 본격화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페이스북은 해마다 고도성장을 해왔다.

페이스북 주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핵심은 시장과 업계의 우려나 비판을 불식시킬 정도로 다양한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느냐다. 20세기 말에 IT 붐이 급격히 꺼지면서 세계 경제는 큰 진통을 겪었다. 페이스북이 10년 전 닷컴 버블 붕괴의 재판(再版)이 될지, 아니면 ‘닷컴 2.0’ 재도약의 선봉이 될지 주목된다. 페이스북은 이제 친지끼리 소식을 주고 받거나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필수품, 선거와 마케팅에 큰 영향을 미치는 SNS의 대표주자 이상의 존재가 됐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 미·일 경제의 불안이라는 지뢰밭을 걷는 지구촌 경제에 또 다른 변수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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