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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으로] K-POP 작곡가, 스윗튠·신사동호랭이·용감한 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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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요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뛰고 있는 ‘K-POP 3대 작곡가(팀)’. 왼쪽부터 용감한 형제, 한재호·김승수 콤비, 신사동호랭이. [김도훈 기자,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AB엔터테인먼트]

지구촌 K-POP의 파워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일본·동남아를 넘어 유럽·남미에서 한국 가수 단독 콘서트가 열리는 시대다.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 하나만으로도 10만여 명의 팬을 콘서트장으로 불러 모으곤 한다.

 K-POP의 동력은 철저한 산업시스템이다. 기획사의 인재 발굴 능력, 혹독한 트레이닝, 가수 본인의 각별한 노력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하지만 그 뒤에 숨은 공신이 있다. 세계인의 감성을 건드리는 노래를 빚어내는 작곡가들이다. 요즘에는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며 가수들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뛰고 있는 ‘K-POP 3대 작곡가(팀)’를 알아본다.
 
 K-POP 작곡가들은 주로 이단아들이다. 정규 음악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도 많다. 음악 하나에 꽂혀 자기 길을 열어왔다. 젊음의 열정과 고집으로 보잘것없던 시절을 견뎌냈다. K-POP 한류를 이끄는 아이돌과 함께 성장해온 그들의 모습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가장 대표적인 이가 스윗튠의 한재호·김승수 콤비, 신사동호랭이, 용감한 형제다. 이름에서조차 ‘신인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들은 한 소속사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팀에 곡을 주는 다작(多作) 작곡가로 유명하다. 협업은 기본이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귀에 착 감기는 노래를 만드는 공통점도 있다.

 K-POP 작곡가들은 또 사업가적 기질이 풍부하다. 골방에 박혀 노래를 만드는 고독한 예술가 타입이 아니다. 아이돌 소속사와 함께 노래의 컨셉트·안무·의상까지 함께 상의한다. 앨범 전체의 프로듀싱을 맡기도 한다.

 직접 회사를 세우는 경우도 흔하다. 작곡이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 될 만큼 우리 음악산업의 바탕이 넓어졌다는 증거다. 예컨대 한·김 콤비는 2007년 프로듀싱 컴퍼니 스윗튠을, 용감한 형제는 2008년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를, 신사동호랭이는 2011년 AB엔터테인먼트를 각각 세웠다. 이들의 작곡 원칙과 철학, 작곡가가 된 사연을 직접 들었다.

스윗튠 한재호·김승수 콤비

 프로듀싱 컴퍼니 스윗튠의 한재호(39)·김승수(35)씨는 12년을 함께한 콤비다.

 중앙대 연극학과 출신의 한재호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 김승수가 처음부터 작곡가를 꿈꿨던 건 아니었다. 음악을 좋아하던 한씨와,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던 김씨는 1990년대 중반 컴퓨터 미디(MIDI·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 프로그램을 독학해 취미로 음악을 만들게 됐다. 95년 군에서 제대한 한씨가 처음 만든 곡은 사이버 가수 아담의 노래.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단다.

 “당시 장비가 무척 비쌌어요. 저는 돈도 없어서 어렵게 녹음을 마쳤는데, 뭣도 모르고 한 거라 발표되고 나서 욕을 많이 먹었죠.”

 둘이 만난 건 2000년도 후반, 한씨가 밀크란 걸그룹의 곡 작업을 마친 직후였다. 한 소속사의 음악담당자가 둘이 함께 작업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며 서로를 소개해준 뒤로 둘은 콤비가 됐다.

 이후 둘은 핑클·소찬휘·서지영 등에게 곡을 줬지만, 타이틀곡은 아니었다. 하지만 카라의 ‘록유’를 시작으로 ‘프리티걸’ ‘허니’ ‘미스터’ ‘워너’ ‘루팡’ ‘스텝’ 등이 줄줄이 히트하면서 둘은 히트 작곡가 반열에 올랐다.

 “카라는 애들이 많이 순수한 편이에요. 섹시한 느낌은 별로 없는 편이죠. 조금 더 밝고, 건강한 음악이 카라의 모토예요.”(김승수)

 ‘달콤한 조율’이란 의미의 ‘스윗튠’은 2007년 무렵 만들었다.

 “당시 우리 수중엔 3000만원도 없었는데, 빚을 내 3억원짜리 회사를 차렸어요. 하지만 1년 반 만에 다 갚았죠.”(한재호)

 현재 회사엔 둘을 포함해 11명의 작곡·작사가·엔지니어가 소속돼 있다. 최근 정상급 아이돌로 자리 잡은 인피니트도 이들이 프로듀싱했다. ‘BTD’ ‘Nothing Is Over’ ‘내꺼하자’ ‘파라다이스’ ‘추격자’ 등이 이들의 대표작이다. 또 레인보우의 ‘A’ ‘마하’, 보이프렌드의 ‘내가 갈게’, 나인뮤지스의 ‘뉴스’ ‘티켓’도 내놓았다.

 이들의 작품엔 교집합이 있다. 90년대 아이돌 느낌이 나는, 유려하고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곡이 점차 나아져 타이틀이 되고 전보다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음악에도 유행이 있듯 우리가 좋아해서 만드는 음악을 지금 대중이 좋아해 주는 것 아닐까요.”

 짧게 말해 ‘시대의 운’을 잘 따랐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터뷰 내내 “아이돌의 인기가 높아서 우리가 업혀가는 것” “기획사의 프로모션도 중요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신사동호랭이

 전남 광양 출신의 신사동호랭이(본명 이호양·29)는 원래 아이돌 가수를 꿈꿨다. 중학생 때, 개장 전의 유흥업소에 가 밴드의 드러머에게 심부름을 해주고 드럼을 배웠다. 고2 때였던 2000년대 초반, 아이돌 가수를 꿈꾸며 무작정 상경했다. 반지하방에 살면서 신문배달을 해가며 고등학교를 다녔고, 틈나는 대로 오디션을 봤지만 다 떨어졌다.

 그는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트로트 가수 매니저, 당구장 보이, 행사 진행, 나이트클럽 DJ, 찜닭집 주방장까지…. 사채업자 사무실에서 서류 정리 일도 한 적이 있다.

 “트로트 가수의 매니저를 맡으며 우연히 편곡을 하게 됐어요. 이후 작곡가의 길로 들어섰죠. 그땐 저작권협회에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도 몰랐어요. 하하하.”

 저작권협회에 작곡가로 어엿이 등록된 건 23살이던 2005년. 혼성 2인조 자두의 ‘남과 여’가 첫 공식 작품인 셈이다. 이씨는 “남들은 어린 나이에 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무명 기간이 7년 정도였던 셈”이라고 했다. 특이한 이름은 자신이 살던 동네 신사동에 본명 이호양을 살짝 비튼 ‘호랭이’를 더한 것이다.

 이씨가 ‘히트곡 제조기’로 이름을 날리게 된 건 포미닛과 작업하면서부터다. ‘핫이슈’ ‘뮤직’ ‘볼륨업’ 등을 혼자, 혹은 공동작업으로 만들었다. 이후 포미닛과 같은 소속사인 비스트의 히트곡 대부분을 만들어냈다. ‘쇼크’ ‘뷰티풀’ ‘픽션’ ‘숨’ ‘미스테리’ 등. 비스트는 올해 아시아·유럽 등지를 아우르는 월드투어를 시작했을 정도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남성미가 물씬 풍기면서도 감성적인 멜로디가 특징이다.

 티아라도 빼놓을 수 없다. 티아라에 처음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안겨준 ‘보핍보핍’과 ‘롤리폴리’ ‘러비더비’ 등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알 수 없는 영단어의 반복인 후크송”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사실 그는 최근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현아(포미닛)의 솔로곡 ‘버블팝’에서, 최근 유럽·미국에서 인기인 덥스텝 장르를 처음 차용했다. 또 현아·현승(비스트)의 ‘트러블메이커’ 역시 최근 가요계 흐름과는 거리가 있는 다소 느린 템포의 댄스곡이었지만, 크게 히트했다.

 이씨의 자기 관리는 철저하다. 잠은 최소한으로 자고, 술·담배는 물론 카드·화투 같은 게임도 하지 않는다. “고교 때 상경해 한 나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했다. 최근엔 자신이 직접 키운 걸그룹 ‘EXID’를 선보였으나 크게 주목받진 못했다. 이씨는 “소녀시대·카라도 처음부터 잘된 건 아니었다. 멀리 보고 간다”고 말했다.

용감한 형제

 용감한 형제는 원래 두 사람이었다. 11년 전 힙합 듀오로 데뷔하겠다며 무작정 YG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갔던 강흑철(35), 강동철(33) 형제다. 지금은 형이 독립한 뒤 동생만 ‘용감한 형제’로 활동 중이다. 데모앨범 중 ‘눈물 씻고 화장하고’(렉시)를 들은 YG 양현석 대표가 “가수보다 프로듀서를 해보라”고 제안해 YG 전속 멤버가 됐다.

 빅뱅의 ‘마지막 인사’ 등을 만든 뒤 2008년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를 만들었다. 이후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어쩌다’, 손담비의 ‘미쳤어’가 연속 대박을 터뜨리며 이름을 알리게 됐다.

 그는 학창 시절 건달이었다. 폭력 전과 12범, 17살에 학교폭력으로 감옥에 수감됐고, 19살엔 룸살롱 영업부장을 했다. “어머니 가슴에 못을 몇만 개는 박았다”고 했다. 음악을 만난 21살, 그의 삶은 180도 방향을 틀게 됐다. 클럽 DJ로 일하던 중 미국 힙합그룹 ‘사이프레스 힐’을 듣고 “심장이 쿵 멎는” 충격을 느낀 그는 며칠 뒤 DJ를 그만두고 낙원상가로 가 야마하 건반을 샀다고 한다.

 최근 ‘나혼자’로 가요계 정상에 오른 걸그룹 씨스타의 노래도 대부분 그가 만들었다. ‘푸쉬푸쉬’ ‘가식걸’ ‘니까짓게’ ‘Ma Boy’…. 씨스타는 쉽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바탕으로 한 댄스곡을 줄줄이 선보이며 성공한 걸그룹 중 한 팀이 됐다. 특히 ‘Ma Boy’는 ‘많고 많은 걸그룹 중 하나’였던 씨스타를 대중에 강하게 각인시켰다. 강씨가 가장 애착이 간다고 꼽는 곡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는 기존 노래의 기승전결 형식을 무시하고 인상적인 후렴구만 반복하는 ‘후크송’만 만든다는 비판도 받는다.

 “댄스 노래는 보통 3분~3분50초예요. 대중은 그 짧은 시간 안에서도 많은 걸 원하죠. 그래서 디테일한 가사보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가사를 많이 생각하게 돼요.”

 그는 “발라드가 가사 전달력이 세다면, 댄스는 듣는 귀를 즐겁게 해주고, 사람들을 춤추게 한다”고 했다.

 최근엔 신인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일렉트릭 보이즈·브레이브걸스 등을 자신의 소속사에서 선보였다. 연습생들의 연습 장면도 일일이 모니터하는 열성파다.

SM 유영진, JYP 박진영, YG 테디 … 가요계 이끄는 프로듀서 3인

왼쪽부터 박진영, 유영진, 테디.

국내 3대 대형기획사인 SM·YG·JYP 엔터테인먼트에는 소속 가수들의 곡을 전담하는 프로듀서 세 명이 있다. SM의 유영진, YG의 테디, JYP의 박진영이다. 직접 연예계를 경험한 가수 출신의 감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가요계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다.

◆유영진(41)씨=현재 SM엔터테인먼트의 이사다. SM 전속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1994년 데뷔하며 ‘그대의 향기’, 이듬해 ‘블루 리듬’ 등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96년 SM이 H.O.T.를 세상에 선보이면서 프로듀서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S.E.S·보아·신화·플라이 투 더 스카이·동방신기·슈퍼주니어·샤이니의 다수 히트곡을 썼다.

 ▶대표곡: HOT ‘전사의 후예’ ‘위 아 더 퓨처’ ‘열맞춰’ ‘늑대와 양’, S.E.S ‘아임 유어 걸’ ‘러브’, 신화 ‘와일드 아이즈’ ‘퍼펙트맨’, 동방신기 ‘라이징 썬’ ‘O-정반합’ ‘왜’, 슈퍼주니어 ‘쏘리쏘리’ ‘미인아’ ‘미스터 심플’, 샤이니 ‘루시퍼’ ‘링딩동’, 소녀시대 ‘더 보이즈’. (일부 공동작업)

◆박진영(40)씨=가수·작곡가·배우이자 JYP엔터테인먼트 창립자다. 현재는 JYP USA의 대표이사이자 국내에선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프로듀서로 불린다.

94년 ‘날 떠나지 마’로 가요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뒤 ‘엘리베이터’ ‘그녀는 예뻤다’ ‘허니’ 등 히트곡을 배출했다. 이후 가수와 제작자 활동을 겸하고 있다. 진주·GOD·박지윤 등을 키웠고, 2001년 JYP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뒤엔 별·노을·원투·원더걸스·JOO·2AM·2PM·미쓰에이 등을 선보였다.

하지만 최근 표절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작곡가 김신일씨가, 박씨가 작곡한 ‘썸데이’(아이유)가 자신의 곡 ‘내 남자친구에게’(애쉬)를 표절했다며 박씨를 고소한 것. 1심 법원은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박씨는 트위터에 “인정할 수 없다”는 글을 남겼다.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대표곡: 원더걸스 ‘아이러니’ ‘노바디’ ‘쏘핫’ ‘텔미’, 2PM ‘10점 만점에 10점’ ‘어게인 앤 어게인’ ‘허트비트’, 미쓰에이 ‘배드 걸 굿 걸’ ‘브리드’. (일부 공동작업)

 ◆테디(본명 박홍준·35)=YG엔터테인먼트 소속 프로듀서다. 98년 YG 소속 힙합 그룹 원타임으로 데뷔한 래퍼 출신. 원타임이 불렀던 ‘원 러브’ ‘Hot 뜨거’ ‘A-Yo’ 등을 직접 만들면서 일찌감치 작곡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0년대 중·후반 YG 소속 가수들의 거의 모든 곡 작업에 참여했다. 특히 미국·유럽 등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빅뱅과 2NE1의 음악을 지휘하는 프로듀서다.

▶대표곡: 빅뱅 ‘블루’ ‘판타스틱 베이비’, 빅뱅 태양 솔로곡 ‘나만 바라봐’ ‘웨딩 드레스’, GD&TOP ‘오 예’, 2NE1 ‘파이어’ ‘캔 노바디’ ‘고 어웨이’ ‘내가 제일 잘 나가’ ‘아이 돈 케어’ ‘어글리’. (일부 공동작업)

SM, 외국 작곡가 450명 관리…1주일에 100~200곡씩 보내와

K-POP 열풍에 외국 작곡가들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아이돌 음반에서 외국 작곡가의 작품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녀시대 태연·티파니·서현 셋이 뭉친 태티서의 ‘트윙클’, 소녀시대의 ‘더 보이즈’, 미쓰에이의 ‘록앤룰’부터 신인 뉴이스트의 ‘페이스’, EXO-K의 ‘머신’까지….

 특히 1996년 H.O.T를 선보이며 체계적인 아이돌 시스템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SM엔터테인먼트는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A&R(Artists&Repertoire)팀과 퍼블리싱 팀이 외국 작곡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고 있다. A&R팀은 프로듀서와 함께 좋은 작곡가와 곡을 찾고, 이를 소속 아티스트와 연결시키는 업무를 관장하는 핵심 부서다.

◆‘발품 팔기’로 시작=SM이 외국 작곡가와 처음 손잡은 건 1998년이다. 그해 나온 S.E.S의 ‘드림스 컴 트루’, 신화의 ‘천일유혼’이 시작이었다. 당시엔 발품을 팔아야 했다. 좋은 팝송을 발견하면 해당 앨범 크레디트를 보고 직접 작곡가를 찾아가 연락을 취했다.

 이렇게 알게 된 작곡가를 통해 또 다른 작곡가를 소개받는 식으로 10년 넘게 인맥을 넓혀왔다. A&R팀이 수시로 해외출장을 가 미팅을 하거나 e-메일·스카이프 등으로 꾸준히 접촉해 왔다고 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외국 작곡가의 곡이 타이틀곡이 되는 경우도 늘었다. 노르웨이 출신 작곡가팀인 ‘디자인 뮤직’은 모두 네 명으로 구성됐다.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보아의 ‘허리케인 비너스’, f(x)의 ‘댄저러스’가 이들의 작품이다.

 덴마크 출신의 토마스 트롤슨도 SM과 궁합이 잘 맞는 작곡가 중 하나다. 동방신기의 ‘미로틱’, 샤이니의 ‘산소 같은 너’ ‘셜록’, f(x)의 ‘Nu ABO’ ‘핫 써머’ 등을 썼다. 미국 유명 프로듀서인 테디 라일리는 소녀시대의 ‘더 보이즈’를 SM 작곡과들과 함께 만들었다. 그는 이 밖에 라니아·박재범 등의 앨범에도 참여했다.

 ◆“내 음악 들어봐 달라”=SM 관계자는 “2007년까지도 우리가 먼저 외국 작곡가에게 접촉하고 호소해 곡을 받는 편이었다면 최근엔 한국 가수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내 노래를 한번 들어봐 달라’며 먼저 접촉해 오는 외국 작곡가가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현재 SM이 관리하는 작곡가는 총 500여 명. 이 중 외국 작곡가가 450여 명이다. 이들로부터 꾸준히 곡을 받아본다. 1주일에 100~200곡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실제 음반으로 발표되는 건 극소수다. 해외에서 작곡 캠프를 직접 열거나 초청받아 가기도 한다. 올 1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선 중국 작곡·작사가 80여 명을 모아 직접 콘퍼런스를 열었다.

가수이자 세계적인 프로듀셔인 윌 아이엠도 2010년 YG엔터테인먼트 소속 2NE1과 작업했다. YG의 한 직원이 미국의 파티에서 우연히 윌 아이엠을 만나 2NE1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줬고, 관심을 가진 윌 아이엠이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고 한다. 2NE1이 직접 미국·영국에 가 윌 아이엠과 10곡 정도 작업했다. 이 곡들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형 기획사를 제외한 다수의 음반 기획사는 외국 작곡가 노래 판매 대행업체로부터 곡을 받는 경우가 더 많은 상황이다.

◆곡만 좋다면=그렇다면 왜 외국 작곡가들의 곡을 찾을까. SM A&R팀 이성수 팀장은 “외국 작곡가의 곡을 특별히 더 선호하는 게 아니라 좋은 곡을 찾기 위한 풀(Pool)을 넓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SM에서 연간 발매되는 앨범은 20여 개. 한 앨범에 8곡씩만 들어가도 160곡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작곡가 수는 한정돼 있고, 유명 작곡가라 해서 늘 히트곡을 쓰는 건 아니니 곡을 받는 통로를 넓혀 승산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100곡 중 한 곡보다 1만 곡 중 한 곡을 고르는 게 (성공할) 확률이 더 높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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