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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160여 년간…사람들은 왜 엑스포에 몰려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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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세계박람회 1851-2012
주강현 지음, 블루&노트
608쪽, 5만원

개막 전 떠들썩했던 분위기에 비해 여수세계박람회의 실제 관람객은 많지 않다 하니,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제법 있었나 싶다. “도대체 세계박람회 같은 행사는 왜 하는 걸까?”라는 의문. 자동차·음식·디지털·취업 박람회 등 중소규모 박람회가 일년 내내 열리고, 방송·광고·영화·인터넷에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세계박람회’라는 거창하고도 모호한 행사의 의미를 똑 부러지게 정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1851년 런던만국박람회부터 2012년의 여수세계박람회까지, 160여 년에 걸친 세계박람회의 과거와 현재를 ‘세계체제로서의 박람회’라는 측면에서 돌아본 이 책의 시도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본래 세계박람회는 “전 세계를 단 하나의 단일 커뮤니티로 묶어내는 첫 번째 글로벌 이벤트”이자,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기조를 이루는 이른바 ‘근대성(Modernity)’이 현실의 옷을 입고 나타난 행사였다. 저자는 이 “복잡하고 난감한” 세계박람회라는 주제를 산업과 노동, 소비와 상품의 박람회, 국가·제국·인종적 측면에서의 박람회, 도시와 건축의 실험실로서의 박람회 등 7가지 핵심요소로 분류해, 종합적인 엑스폴로지(EXPOLOGY·박람회학) 구축을 시도한다.

 세계박람회는 과학기술의 전시장이자 유흥과 오락의 테마파크지만, 그 화려함에 감춰진 뒷면은 씁쓸하다. 박람회는 당초 유럽의 국가주의·제국주의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행사였고, 식민지 원주민들은 미개함을 드러내는 전시물로 종종 사용됐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세계박람회에 대한 관심이 쇠퇴한지 오래지만, 유럽은 여전히 세계박람회사무국(BIE)을 통해 헤게모니를 행사한다. 두꺼운 책이지만 역대 박람회 팸플릿, 사진첩, 기념주화 등 희귀 자료의 향연은 소장가치를 높인다. 책을 덮고 나면, 여수세계박람회장을 찬찬히 돌아보며 인류의 미래에 대한 힌트를 찾아보고 싶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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