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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안 보고한 청와대 참모에게 … 대통령, 아무것도 아닌 일을 게이트 만들어놨다고 화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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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간인 불법사찰의 ‘키맨’으로 불리는 진경락(45·구속기소·사진)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교도소 수감 중 지인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왜 (증거인멸) 사건을 게이트로 만드느냐’고 화를 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트’는 대형 권력형 비리 사건을 일컫는 용어다.

 16일 검찰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진 전 과장은 수감 중이던 지난해 3월 면회 온 지인들에게 “내가 최근에 화를 냈더니 청와대(민정수석실)에서 깜짝 놀라 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며 “그랬더니 이 대통령이 ‘아무것도 아닌 일을 게이트로 만들어놓고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크게 화를 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진 전 과장의 교도소 접견기록에 이런 발언이 담긴 걸 확인하고 그를 상대로 발언 내용의 진위와 정보 취득 경로를 조사 중이다. 진 전 과장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이 증거인멸 관련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는 의미가 된다. 청와대의 증거인멸 개입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39) 전 총리실 주무관도 지난 3월 말 “지원관실 관계자가 ‘(증거인멸 사안이) 대통령에게 보고돼 민정수석실에서 특별 관리에 나섰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었다.

 진 전 과장은 지난해 2월 중앙징계위원회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K, C비서관이 이영호(48·구속기소) 고용노사비서관에게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서면진술서를 보냈다. 그 직후 면회 온 지인들에게 당시 민정수석실 최고 책임자 등 세 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 ○○○, ○○○을 수갑 채워 여기(교도소) 데리고 와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검찰은 진 전 과장이 화를 냈다는 게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당시 진 전 과장의 행적들이 실제로 청와대에 보고됐는지 조사 중이다.

경북 경주 출신인 진 전 과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됐다가 몇 개월 뒤 지원관실 창립 멤버로 총리실로 이동했다. ‘충성문건’ 작성자이기도 한 그는 400여 건의 불법사찰 의심 기록이 담긴 보고서들을 갖고 있다가 최근 검찰에 압수당했다.

 ◆청와대 “일방적이고 허무맹랑한 주장”=‘이 대통령이 화를 냈다’는 진 전 과장 발언에 대해 청와대 측은 “일방적이고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진 전 과장이 자신의 구속을 전후해 민정을 압박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그의 말은 어디서 들었는지 출처가 불분명한 데다 상식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박진석 기자

진경락 말말말

2011년 2~3월 교도소 수감 중 면회 온 지인들에게

“이 대통령이 내 사안을 보고받고 ‘아무것도 아닌 일을 게이트로 만들어 놓고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냐’라고 크게 화를 냈다.”
“민정수석실 ○○○, ○○○, ○○○을 수갑 채워서 여기(교도소) 데리고 와야 한다. 진범들을 모두 잡아넣어야 한다.”
“내가 나가면 대통령과 독대하기로 돼 있다. 수석들, 비서관들 모두 손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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