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기갑 비대위 vs 김선동 원내대표 … 한 지붕 두 당 임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통합진보당이 14일 비례대표 경선 후보 14명 전원 사퇴를 결의했다. 당권파 측 핵심실세인 이석기 당선인 사퇴 권고를 포함하는 조치다. 강기갑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했다. 이날 끝난 당 중앙위원회 전자투표를 통해서다. 비당권파인 유시민·심상정·조준호 전 공동대표의 작품이다.

 이들은 중앙위 투표 종료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석 546명 가운데 찬성 540여 표를 얻어 혁신 비대위 구성안, 당 혁신안 등이 압도적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들은 앞서 12일 ‘오프라인’ 중앙위가 당권파의 물리력 행사로 파행을 빚자 온라인 회의에 안건을 올렸었다.

 전체 중앙위원(총원 912명)은 민주노동당계 523명, 국민참여계 285명, 평등파 143명으로 구성돼 있다. 참여계와 평등파를 합쳐도 절반이 안 된다. 하지만 민노당계 비주류 중앙위원 100여 명이 이들에 가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권파 측 중앙위원이 표결에 대거 불참했음에도 안건이 통과될 수 있었던 이유다. 다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을 지니지 못해 당선인의 사퇴를 강제할 수는 없다.

 이들 대표는 또 전자투표 방해를 목적으로 서버 차단을 지시했던 당권파 측 장원섭 사무총장도 해임했다. 장 총장이 ‘강기갑 비대위 체제’를 흔들 걸로 봤기 때문이다. 당권파와 비당권파 측 지도부가 서로 정반대의 지시사항을 하달하는 ‘이중권력’ 구조를 정리한 것이다.

 강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위 결의를 성실히 이행해 재창당의 각오로 당이 거듭날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쇄신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비대위에 외부 인사를 수혈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치적 명분싸움에서 ‘구악’으로 몰리는 당권파를 압도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당권파도 전면전을 각오한 모습이다. 전자투표 결과에 대해 ‘원인 무효’라는 입장이다. 당권파 핵심관계자는 “법적 하자가 있는 전자투표를 통해 선출된 ‘강기갑 비대위’도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권파 내부에선 강 비대위원장에 맞서는 대항마를 모색 중이다. ‘김선동 원내대표’ 카드가 유력하다. 이르면 15일께 19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을 열고 당권파 측 김 의원을 원내대표로 뽑아 맞불을 놓을 거란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당장 전자투표의 효력을 놓고 양측 입장이 극단을 달리고 있다. 당권파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법정 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장기전으로 간다는 얘기다. 6월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 일정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이석기’ 탄생을 위해 19대 국회의원 임기 시작(5월 31일)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하는 당권파 입장에선 매력적인 시나리오다.

 정치적으론 이미 분당(分黨) 상태다. 다만 아직까진 ‘법적 분당’을 입에 담는 쪽은 없다. 상대에게 꼬투리를 잡힐 수 있어서다. 유시민 전 대표가 라디오에 출연해 “당권파가 나가는 거야 말리진 않겠지만 우리가 나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강 비대위원장도 “분당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할 만큼 했다”는 정치적 명분이 쌓이면 비당권파가 결단을 내릴 거란 관측도 있다. 민주노총이 ‘폭력 중앙위’ 사태에 대해 이날 “마지막 기대마저 저버렸다”는 공식 반응을 내놓으면서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고 있다. 17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에서 지도부가 통합진보당 지지 철회를 공식 결의하면 이는 법적 분당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 민주노총이 가세하면 새로운 진보정당 실험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타협점이 없는 건 아니다. 당권파가 31일 전까지 이석기 등 일부 비례대표 당선인에 한해 사퇴를 수용하고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끌어내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당권파 관계자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며 잘라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는 14일 “지난 12일 발생한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의 폭력 사건을 서울경찰청 수사과로 보내 수사토록 했다”고 밝혔다. 공안1부는 현재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양원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