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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12억원 도서관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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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해 4월 문을 연 성수동 ‘이마트 라이브러리’에서 직원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내 도서관이 문을 연 후 자발적인 독서모임 20여 개가 생겼다. [사진 이마트]
정용진 부회장

이마트 경기도 포천점에서 농산물 관리를 하는 윤대영(38)씨는 지난 1년간 책 225권을 읽었다. 매주 네 권 이상을 읽은 셈이다. 주로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버스 안에서 책을 봤다. 의정부의 집과 회사를 왕복하는 데 걸리는 두 시간 동안 꼬박 책을 봤다. 인문·경영·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은 회사에서 모두 빌렸다. 지난해 4월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내에 오픈한 ‘이마트 라이브러리’의 서적들이다. 윤씨는 “회사 전산망에 접속해 책을 신청하면 다음 날 사무실로 직접 가져다 주고, 다 읽고 나면 거둬 간다”며 “발품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한 번에 다섯 권씩 마음껏 신청해 읽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책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사내도서관이 생긴 뒤부터는 돈이 들지 않아 더 많이 책을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마트에 독서 문화가 퍼지고 있다. 1년 전 생긴 이마트 라이브러리 때문이다. 이마트 라이브러리는 12억원을 들여 직원 강의실이었던 곳을 개조한 198m²(약 60평) 공간이다. 책 1만 권을 갖추고 있다.

 이마트 라이브러리가 생긴 데는 정용진(44) 신세계 그룹 부회장의 ‘책 읽는 이마트를 만들자’는 의지가 있었다. 정 부회장은 트위터에서 톰 피터스의 『디자인』을 자주 언급하고 직원들에게 김태길 서울대 철학과 교수의 『삶이란 무엇인가』를 인용하는 등 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왔다. 또 지난해 도서관 개관에 맞춰 “임직원들의 자아가 성장해야 회사가 행복하다”며 “이를 위한 노력 가운데 하나가 이마트 라이브러리다. 임직원들이 독서를 통해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또 “다양한 서적은 물론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도서관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부회장은 그러면서 서비스 회사답게 ‘책을 읽도록 만드는 서비스를 하자’고 강조했다. 핵심은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직접 배달)’와 ‘스마트’다. 전국 142개 점포의 직원에게 책을 가져다 주고 가져온다. 점포 사이에 상품·문서를 주고 받던 시스템을 활용해 매일 배달·수거를 한다. 유통업체로서 구축해 놓은 인프라를 직원들의 지식배달에 사용하는 셈이다.

 올 3월부터는 책의 요약본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보유 장서의 절반인 5000권만 서비스 된다. 이마트는 외부업체와 계약을 하고 모든 도서의 전자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책 읽는 문화 심기’는 성과를 거둬 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이마트 직원 1만5000명 중 7800명이 2만6000권을 빌려 읽었다. 이 밖에도 앱으로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이 1000명 이상이다. 이마트 윤명규 인사담당 상무는 “경영서·실용서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는데 대여된 책 중 55.1%가 문학 분야였다”며 “직원들의 최근 경향·관심사를 아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1년간 117권을 빌려본 김석 이마트 수산팀 바이어는 “수산 분야의 월간·계간지, 어류도감 등 개인적으로 구하기 힘든 책들을 읽고 업무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도서관이 각 분야 전문가를 길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책 읽는 이마트’의 성과는 그룹 내 신세계백화점으로 전해졌다. 서울 충무로 본점 내 사내 도서관이 10년 만인 지난해 8월 리뉴얼해 문을 열었다. 132m²(약 40평)에 4000여 권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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