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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푸른 들녘, 오른쪽은 은빛 물결…백마강 두바퀴로 달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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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달 27일 외교사절단과 함께 금강 자전거길을 달렸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백제보 부근을 둘러보기 위해 아직 정비가 덜 된 강둑을 달리는 모습이다.

“금강정 푸른 물결 비단필 씨처낸듯/틔없이 고을세라 끝없이 맑을세라.”

여류시인 장정심(1898~1947)은 시조 ‘금강정(錦江亭)’에서 금강을 비단처럼 고운 강이라고 표현했다. 비단 같은 강, 금강을 따라가는 자전거 하이킹 코스 ‘금강자전거길’이 지난달 22일 개통됐다.

충남 서천군 금강 하구둑부터 청원군 대청댐에 이르는 총 길이 146㎞에 달하는 이 길을 종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시간 남짓이다. 지난달 27일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함께 부여군 백제보 부근의 금강자전거길을 달렸다. 백제 유적과 자연이 어우러진 자전거길은 주말 가족단위 여행객에게도 부담 없는 나들이 코스였다.

글=홍지연 기자 ,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금강 8경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

청주·대전·부여·논산·서천 등을 거쳐 흐르는 금강은 예부터 충청도의 젖줄 역할을 했다. 어머니의 손길처럼 부드럽고 따뜻하게 충청도를 훑고 내려간다. 금강은 남한에서 낙동강·한강 다음으로 큰 강이지만 규모에 비해 소박한 모습이다. 괄괄하지 않고 마치 넓은 호수처럼 유유히 흐른다. 그래서인지 옛사람은 금강을 ‘호수 호’자를 써 ‘호강(湖江)’이라 불렀다.

자전거길은 금강 8경을 위주로 구성됐다. 1경은 ‘금강하구 철새도래지’다.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서천과 군산 일대 금강하구에는 매년 겨울이면 수많은 철새가 날아들어 장관을 연출한다. 2경에 해당하는 ‘신성리갈대밭’은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추노’ 등의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3경은 논산시 ‘강경포구’다. 강경은 구한말 서해안을 대표하는 포구로 번성했던 고을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자원 수탈의 기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옥녀봉에 올라 바라보는 금강 낙조는 흥망성쇠를 다 겪은 강경의 역사와 겹쳐지면서 애잔한 감동을 준다. 부여군에는 금강 4경 ‘구드래지구’와 5경 ‘왕진나루’가 있다. 백제의 국제항이었던 구드래나루, 의자왕과 삼천궁녀의 이야기가 담긴 낙화암 등 백제 유적이 부여군 구석구석에 남아 있다.

공주시의 ‘고마나루솔밭’(6경), 세종시의 중심부인 ‘세종공원’(7경)을 지나면 금강의 제1지류인 미호천과 금강 본류가 만나 흐르는 지점인 ‘합강공원’(8경)에 다다른다. 여기부터 약 28㎞ 떨어진 대청댐 물문화관이 금강 종주 자전거길의 종착지다.

이참 사장 “강 활용한 관광상품 많아졌으면”

자전거를 타고 부여군 ‘구드래지구’와 ‘왕진나루’를 달렸다. 금강 4경과 5경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이 코스를 흐르는 금강은 백마강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백제의 영광부터 멸망까지의 역사가 백마강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전거길은 구드래조각공원에서 시작해 백제대교~청룡사 부근~백마강교~백제보~부소산성을 거쳐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짜여 있었다. 17.9㎞의 길을 달리는 데 2시간30분 정도 걸렸다.

구드래조각공원에서 백제대교까지는 강둑을 따라 널찍한 자전거길이 나 있었다. 대교를 건너 진변리 쪽으로 우회전하면 자전거·자동차 겸용도로가 시작됐는데 워낙 한적해 위험하지는 않았다. 여기부터 금강과 조금 멀어졌다. 언덕이 있어 돌아나가는 길을 냈기 때문이다. 왼쪽으로 자잘한 논과 밭이, 오른쪽으로 모래벌판이 시원스레 펼쳐졌다.

백마강교를 건너 도착한 백제보가 코스의 전환점이었다. 최근 4대강 사업으로 설치한 백제보의 모티브는 계백 장군이다. 그래서인지 부드러운 곡선으로 멋을 낸 수문 조종탑이 말안장처럼 보였다.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금강을 바라봤다. 강줄기가 나지막하고 아담한 낙화암·부소산을 부드럽게 움켜쥔 듯이 돌아나가는 모습이었다.

바로 여기를 흐르는 금강이 백마강이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호국 용의 모습을 하고 백마강에 살고 있던 무왕(580~641년)을 백마로 유인해 잡은 뒤 이 강을 건너 백제를 멸망시켰다고 한다. 삼천궁녀가 낙화암에서 몸을 던진 것도 바로 이 물줄기다. 슬픈 이야기는 전설로 남았고 지금은 관광객을 잔뜩 실은 황포돛배가 유유히 떠다니고 있다. 부소산부터는 부여 시내를 가로질러 구드래조각공원에 다다랐다. 시내를 지나는 길은 약 4㎞ 정도였는데, 시내라고는 하지만 복잡하지 않아 길을 찾는 데 어렵지 않았다.

외교사절단과 함께 금강 자전거길을 달린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강을 활용한 수변관광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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