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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시민 200명 ‘주민참여 예산 원탁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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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으로 천안시가 달라진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천안 시민 200여 명이 천안시 예산정책에 직접 참여하는 의미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독점적으로 예산편성권을 행사해 왔다면 이날은 시민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시책의 우선순위를 결정(참가자별 응답기로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3일 행사가 열린 천안시청 대회의실에서는 청소년에서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계층이 참여해 천안시 정책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글·사진=강태우 기자

지난해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확대되면서 천안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시민들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시민들은 이날 천안시의 정책을 평가하고 제안하는 시간을 가졌다.

8개 분과 나눠 효율성·혜택범위·효과 따져

이날 시민들은 19개 테이블에 나눠 앉아 브레인라이팅 방식으로 8개 분과(지방자치·보건복지·문화체육·환경·지역경제·농업축산·도로교통·도시계획개발)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조율하며 35개의 정책을 만들었다. 고교평준화, 통학·출퇴근용 안전한 자전거 도로 및 도보도로 확충, 쓰레기 분리수거함 주택가 배치, 친환경 농업 활성화, 대중교통 체계 정비 등을 주요 정책으로 선정했다. 생활 속에서 체감하며 천안의 변화를 바란 시민들의 아이디어는 전문가가 만든 정책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내용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시민들은 정책의 효율성(1순위), 정책이 미치는 혜택의 범위(2순위), 정책의 효과성(3순위)을 기준으로 삼아 ‘2012 천안시 주요업무실천계획’ 가운데 분과별 약속사업과 중점사업 80개 정책, 시민이 만든 35개 정책을 포함해 모두 115개 사업 중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시민들은 이를 토대로 주민참여예산제 확대 및 재정공개, 국공립 및 야간어린이집 확충, 고교평준화, 통학·출퇴근용 안전한 자전거 도로 및 도보도로 확충, 사회적 기업을 통한 지역순환경제 활성화, 친환경 농업 활성화, 대중교통 체계 정비, 학교주변 및 방범 취약지 CCTV 설치 확대 등 8개 사업을 좋은 정책으로 꼽았다.

대규모·전시성 사업은 시민 공감대 낮아

반면 천안시가 추진 중인 주요 대형 사업 상당수는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시민들은 천안시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인 시승격 50주년 기념사업 추진, 금연아파트 지정 운영, 국제민속춤 대회, 호두웰빙특구 지정, 제5일반산업단지, 2013 천안국제웰빙식품엑스포 준비, 천안~청주공항전철 직선노선 유치, 복합테마파크타운 조성, 국제안전도시 재공인 추진과 같은 9개 사업은 중요하지 않은 정책으로 선정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시에서 추진하는 대규모·전시성 사업이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것과 관련해 앞으로 시가 정책결정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수렴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관점에서 시민의 시정의사결정 체험을 목적으로 천안시의회 주민참여연구회,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이하 복지세상), 천안YMCA, 천안녹색소비자연대, 미래를 여는 아이들 공동주최로 열렸다. 디모스(DEMOS) 정완숙 대표의 진행으로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쉬는 시간도 반납한 채 예정된 4시간 동안 정책을 결정하고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등 천안시 정책추진과정의 변화와 열망을 확인했다.

 복지세상 이상희 간사는 “주민들의 의사결정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날 행사를 통해 시민들이 지혜롭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시민들이 결정한 내용은 개인의 사사로운 이득만을 지향하지 않고 다수의 이익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결정을 하는 집단지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더 이상 주민참여예산제도가 형식에 그치지 않고 더 이상 천안시가 정책을 전문가에게만 맡겨서 추진하는 것이 아닌 시민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필요한 정책을 함께 만들 수 있도록 열린 자세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행사에 참여한 전종한 시의원은 “시민이 선정한 정책이 얼마나 시책에 반영될지는 알 수 없지만 시민이 바라는 정책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주민참여예산제도=지방자치단체가 독점적으로 행사해 왔던 예산편성권을 지역 주민들이 함께 행사하는 것으로 예산편성 과정에 해당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다. 브라질 포르뚜알레그리시에서 최초로 시행된 이후 전 세계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대한민국에서는 2003년 광주 북구가 첫 시행에 들어간 이후 2005년 지방자치법에 반영됐으며 2011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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