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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삼성전자·현대차 ‘합격’ 동부건설·한진중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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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러스트=강일구]

#. 이화다이아몬드공업은 지난해 5월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패드 컨디셔너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대표는 “삼성전자와 공동 작업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 생산장비를 개발하기 위한 신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협력사와 특허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의 협약을 했다. 협력사에서 특허출원 관련 지원을 요청하면 삼성전자의 저적재산권(IP)센터의 전문 인력이 출원 과정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 자료는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보관해 핵심 기술의 유출 위험을 막는다. 이 제도를 통해 낸 공동 특허는 16건에 달한다.

 #. 대형마트에 식료품을 공급하는 한 협력회사의 A과장은 최근 곤욕을 치렀다. 이 대형마트가 납품사와 사전 협의 없이 참치캔을 할인 행사 품목에 넣은 것이다. A과장은 이날 “한 곳에만 싼값에 물건을 납품한 것 아니냐”는 경쟁 마트의 항의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A과장이 상황을 설명했지만 다른 대형마트는 “그 정도 관리도 못하는 회사와 믿고 거래할 수 없지 않느냐”고 불평했다. 이 회사는 납품가를 내리는 방식으로 다른 마트를 달랠 수밖에 없었다. 내려간 납품가는 결국 모든 대형마트에 적용됐다. A과장은 “최근 이 대형마트가 이런 수법으로 납품가를 후려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유장희(左), 허창수(右)

 56개 대기업의 동반성장 성적표가 처음 공개됐다. 동반성장위원회는 10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16차 회의를 열고 이들 기업의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협력 중소·중견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대기업의 노력과 성과를 점수로 매겨 우수·양호·보통·개선 4개 등급으로 나눈 것이다.

 기아차·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전자·포스코·현대차 등 6개 회사는 동반성장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반면 동부건설·한진중공업·현대미포조선·홈플러스·효성·LG유플러스·STX조선해양 등 7곳은 최하위 등급인 ‘개선’ 판정을 받았다. 양호 등급을 받은 회사는 대우조선해양·현대로템·LG전자 등 20개사다. 두산중공업·SK텔레콤·S-OIL 등 23개사는 최하위보다 한 단계 높은 보통 등급으로 분류됐다.

 이번 평가에서 양호 이상 등급을 받은 회사엔 혜택이 있다. 하지만 보통이나 개선 판정을 받는다고 해도 제재는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우수 등급 기업에 대해 하도급과 유통 분야 직권·서면실태 조사를 1년간 면제해주기로 했다. 양호 등급 기업은 서면조사에 대해서만 1년간 면제 혜택을 받는다. 기획재정부도 공공 입찰에서 이들 기업에 대해 차등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기술개발 자금 지원 대상 기업 선정에 이번 평가자료를 활용할 계획이다. 또 국세청은 모범납세자 선정에서 우수 등급 기업을 우대하기로 했다. 이번 평가를 받은 56개 기업은 지난해 동반위와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협약’을 한 회사다. 동반위는 지난해 8월 이들 회사에 대한 이행상황을 중간 점검한 뒤 올해 1월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받았다. 3일 발표된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3월까지 벌인 현장 조사 내용을 종합한 것이다.

 동반성장지수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기업은 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은 이날 전경련 회장단 회의가 열린 신라호텔에서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면서 최하위 등급의 기업 명단까지 발표된 데 대해 “섭섭하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번 평가에는 대기업의 현금 또는 현금성 결제비율이 반영됐다. 이 때문에 경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업종의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나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부건설 이기영 홍보팀장은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건설 경기와 도급순위 18위 기업이라는 특수성이 전혀 감안되지 않는 조사 결과”라며 “ 동반위 정책에 적극 협조했는데 이런 줄세우기식 결과를 발표해 우리를 죄인으로 취급받게 했다”고 주장했다. 한진중공업·현대미포조선·STX조선해양 등 조선업체들도 업종별 경기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거론했다.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강덕수 STX그룹 회장도 “업종 간 차이가 분명히 있는데 아쉽다”며 “불황 업종과 호황 업종을 구분해서 평가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협력 업체에 교육훈련·인력지원을 통해 상생을 추진한 기업은 자금 지원에 무게를 둔 회사에 비해 저평가를 받았다며 볼멘소리다. 문한성 홈플러스 홍보부장은 “회사에 동반성장본부를 만들어 전무급 임원까지 배치해 물류시스템 지원, 경영교육 등을 하고 있는데, 이 같은 노력에 대한 배점이 높지 않았다”며 “규모가 큰 기업에만 유리한 점수 산출”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이번 발표를 통해 다른 대기업에도 동반성장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한 것”이라며 “특정 기업을 비판하고 응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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