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성고, SKY 71명 합격 비결은 365일 담임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3일 서울 은평구의 대성고 운동장에서 주원구 3학년 부장교사(왼쪽)와 김승범 교사(오른쪽 둘째)가 3학년 학생들과 정겨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도훈 기자]

지난 3일 오후 6시 서울 은평구의 대성고 1층 진학지도실. 수업을 마친 3학년 담임들과 학년부장·연구부장 등 교사 16명이 모여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대입 전략회의’였다.

 “우리 반 태원이는 모의고사 성적으론 중위권 대학 입학이 가능한 정도지만 수학·과학 성적은 뛰어나요.” 11반 담임인 진인섭(46) 교사가 담당 학생의 희망 대학과 학과, 성적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러자 1반 담임인 김승범(44) 교사는 “지난해 신설된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의 과학특별전형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상의 끝에 교사들은 중간고사 이후 태원군을 자연계 심화반에 넣어 수학과 과학을 좀 더 깊이 있게 가르치기로 했다.

 이날 세 시간여의 모임에서 교사들은 학생 40여 명의 입시 전략과 학습계획을 마련했다. 대성고는 대입 전략회의를 30년 가까이 계속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좋은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대성고는 이번 입시(2012학년도)에서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대학)에 71명을 합격시켰다. 올 초 졸업생 중 13.1%가 이들 세 대학에 합격한 것이다. 이는 중앙일보와 하늘교육이 조사한 서울 일반고 133곳 중 11위의 성적이다. 강남지역 학교들과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64명이 합격하는 등 대성고는 꾸준히 우수한 대입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배금주(61) 교장은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수업과 생활지도, 진학 상담 등 모든 분야에서 교사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는 게 비결이라는 얘기다.

 대성고는 ‘365일 담임 체제’를 유지한다. 3월이 다 돼서야 담임을 정하는 다른 학교와 달리 전년도 말에 일찌감치 담임을 배정한다. 새 담임들은 겨울방학 동안 학생과 일대일 상담을 하고 생활기록부를 분석한다. 1년간의 학습계획을 미리 점검하기 위해서다. 주원구(51) 3학년 부장교사는 “내신성적과 모의고사 점수, 봉사활동 등을 토대로 어떤 전형이 유리할지 학생과 의논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여러 모임을 구성해 수업과 생활지도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눈다. 교육과정팀·자율학습팀·토요교육활동팀 등 교사 모임이 10개가 넘는다. 4월 시작된 ‘학생 멘토링’도 교육과정팀 교사들의 아이디어였다. 3학년 50명이 1, 2학년 후배 50명에게 주 1회씩 영어·수학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수학 멘토로 활동 중인 3학년 신동엽(18)군은 “후배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책임감에 나 먼저 철저히 공부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수시모집 두 달 전부터는 학생들에게 직접 뽑은 예상문제를 가지고 모의 면접도 실시한다. 올해 서울대 인류지리학과에 진학한 전호현(19)씨는 “선생님들 덕분에 3년 동안 단 한 번도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승열(53·화학) 교사는 “면담, 보충수업 때문에 방학을 잊은 지 오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꿈을 펼칠 기회를 갖도록 돕는다는 보람에 행복하다”며 웃었다.

취재팀=성시윤(팀장)·천인성·윤석만·이한길·김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