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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 지지” 오바마의 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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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9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일리노이주 출신 ‘동성 결합(civil union)’ 커플이 반지 낀 손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오바마 미 대통령은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뉴올리언스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형 승부수를 띄웠다. 그는 9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며 “나는 동성커플이 결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처음이다.

 그런 만큼 오바마의 발언이 미국 사회에 몰고 온 충격파는 컸다. CNN 등은 그의 발언을 긴급 뉴스로 전했다. 특히 “오바마의 동성 결혼 합법화 발언은 일종의 도박”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그에게 독(毒)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스스로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이날 밤 지지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그동안 나는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그들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문제에 대해선 주저해 왔다”며 “이제 수년간의 고민 끝에 이들의 결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문제는 오바마의 발언이 몰고 올 파장이다. 미국 사회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는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다.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이슈이기도 하고, 인종·종교·세대 간 갈등을 부르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50개 주 중에서 동성 간 결혼을 법으로 인정하는 주는 뉴욕·코네티컷·아이오와 등 6곳에 불과하다.

 다만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동성 결혼에 찬성하는 비율은 점차 증가해 왔다. 2004년 29%에 불과했던 찬성 비율은 2008년 43%를 거쳐 올 들어 절반이 넘는 52%에 달했다. 특히 20·30대 유권자의 경우 찬성 비율이 70%에 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의 발언은 즉흥적인 게 아니라 계산된 수순을 밟아왔다. 지난 5일 조 바이든 부통령은 뜬금없이 “동성 간 결혼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인 그의 발언은 정치권에 논란을 불렀고,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초점을 둬 왔다. 오바마로선 바이든 부통령을 통해 여론의 반응을 떠본 셈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표를 계산해봐도 손해가 아니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BBC는 “어차피 공화당 지지자는 오바마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고,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흑인 지지자들의 경우 동성 결혼 합법화 발언을 했다고 해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이나 공화당에 치우치지 않은 무당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발언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내 동성결혼과 결합

- 동성결혼 허용 지역
메사추세츠·버몬트·뉴햄프셔·코네티컷·뉴욕·아이오와 6개 주와 워싱턴 DC

- 동성결합 허용 지역
캘리포니아·델라웨어·하와이·일리노이·메인·뉴저지·네바다·오리건·로드아일랜드·워싱턴·콜로라도·위스콘신 12개 주

미국 사회 가장 뜨거운 이슈 … 초대형 대선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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