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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억 사라졌다는 곳 … 건재고택 1차 경매 유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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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외암민속마을 내 위치한 건재고택(建齋古宅). 이 고택은 구속된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이 별장으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신청될 정도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찬경 미래저축 회장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외암민속마을 안에 있는 건재고택(建齋古宅·중요민속자료 233호)이 수난을 겪고 있다. 민속마을은 조선 중기 예안 이씨(李氏)가 형성한 집성촌이다. 기와와 초가집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65가구에 200여 명이 살고 있다. 건재고택은 현재 경매시장에 나와 있다. 배경에는 미래저축은행 김찬경(56·구속) 회장이 있다.

 건재고택은 조선 후기 성리학자인 외암 이간(1677∼1727)의 생가다. 후손인 건재 이상익(1848∼1897)이 고종 6년(1869) 현재의 모습으로 증축한 뒤 건재고택으로 불린다. 5714㎡의 터에 문간채·사랑채·안채·광·곳간·가묘 등이 있다. 마을 뒷산인 계곡물을 정원수로 끌어들이는 등 고풍스러운 모습을 갖췄다. 건재고택을 포함한 민속마을은 지난해 3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고택은 건재 후손인 이준경씨의 소유였다. 이씨는 2005년부터 식품가공업 등 사업에 손을 대면서 돈이 필요했다. 그러자 김찬경 회장에게 고택을 담보로 자금을 빌렸다. 이씨가 김 회장에게서 빌린 돈은 70억원쯤(이자 포함) 된다. 이씨의 아들은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 아버지가 절친했던 김 회장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사업 실패로 돈을 갚을 길이 없자 2009년 목숨을 끊었다. 이후 고택은 김 회장이 차지했다. 그는 민속마을에서 건재고택과 부속 건물 등 10개 동(棟)을 소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미래저축은행에 자기자본비율(BSI) 향상을 위해 자산 매각을 권고했다. 김 회장은 고택을 경매시장에 내놓았다. 경매 물건(47억4284만원)은 대지 5714㎡와 건재고택 341㎡, 부속건물 143㎡, 나무 394그루다. 지난달 30일 1차 경매가 열렸지만 유찰됐다. 2차 경매일은 다음 달 4일이다.

 김 회장은 2009년 5월 고택에서 미래저축은행 직원 100여 명과 술파티를 벌였다. 그는 고택 주차장에서 지난달 8일 현금 56억원을 도난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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