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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붓 가는대로 그렸다는 최북…전주박물관서 300주년 특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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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북이 금강산을 여행하면서 그린 ‘표훈사도(表訓寺圖·부분).’ 겸재 정선(謙齋 鄭敾)의 화풍이 엿보인다. [사진 전주국립박물관]

최북(崔北·1712~86)은 조선 후기 직업화가였다. 양반이 아닌 중인이라 그림 아니면 먹고 살 길이 막막했지만, 맘이 동하지 않으면 붓을 들지 않았다. 한 세도가가 그림을 내놓으라고 협박하자 “너 같은 놈의 욕을 들을 바에야”라며 송곳으로 한쪽 눈을 찔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술병을 들고 전국을 주유하며 붓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던 그는 겨울 날 눈 위에 쓰러져 죽었다. 직접 지은 호 ‘호생관(毫生館)’은 붓 한 자루로 먹고 살겠다는 뜻이었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곽동석)이 호생관 최북의 탄생 300주년을 맞아 6월 17일까지 기획특별전 ‘호생관 최북전’을 열고 있다. 최북을 주제로 한 최초의 특별전인 이번 전시를 위해 주요작품과 기록을 한데 모았다. 삼성 리움미술관에서 소장돼 있는 ‘유곡후동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가을산수(秋景山水圖)’ 고려대학교 박물관의 ‘메추라기’ 등 꾸밈없고 대담한 최북의 대표작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최북은 요즘으로 치면 만능연예인이었다. 시(詩)·서(書)·화(畵)에 모두 능했고, 산수화는 물론, 꽃과 새, 동물 등 다양한 소재를 여러 화풍으로 그렸다. 8면에 펼친 ‘사시팔경도첩(四時八景圖帖)’은 일찌감치 남종문인화(南宗文人?)를 마스터한 그의 특출한 기량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조선의 명승지를 유람하면서 만난 경치를 담은 ‘표훈사도(表訓寺圖)’에서는 그가 겸재(謙齋) 정선으로 대표되는 진경산수화에도 능숙했음을 보여준다. 중년 이후 최북은 유명한 시구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의도(詩意圖)’에 심취했다. 역사에 기인(奇人)으로 남은 그가 실은 문인의 기품을 갖춘 천재였음을 증명하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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