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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살벌한 이웃, LG·넥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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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LG와 넥센이 만날 때마다 접전을 벌이며 신 서울라이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팬들은 양팀의 맞대결을 ‘엘넥라시코’라고 부른다. 지난해 8월 24일 경기에서 LG 이병규(등번호 9·왼쪽)가 넥센 포수 허도환에게 홈에서 태그아웃되고 있다. 이날 넥센이 4-2로 이겼다. [중앙포토]<사진크게보기>

‘엘넥라시코’가 프로야구의 새 명물로 떠올랐다. LG와 넥센의 라이벌 구도가 야구판을 달구고 있다. 올 시즌 LG와 넥센이 맞붙은 5경기 모두 경기 후반까지 승패를 알 수 없는 접전이었다. 9일과 10일 목동구장엔 1만2500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주중 경기 2일 연속 매진은 2008년 넥센 창단 이후 처음이다.

 ◆얽히고설킨 엘-넥=엘넥라시코는 지난해 LG와 넥센이 만날 때마다 피 말리는 접전을 벌이자 팬들이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더비 ‘엘 클라시코’를 빗대 만든 말이다. 지난해 두 팀의 19차례 맞대결 중 1점 차 경기가 9번이었고 다섯 차례나 연장전을 치렀다.

 지난해 최하위였던 넥센이 LG에 강해 라이벌 구도는 더욱 뚜렷해졌다. 객관적인 전력은 LG가 앞섰지만 넥센은 1점차 승부에서 6승3패, 연장전서 4승1패로 LG를 눌렀다. 넥센이 상대 전적에서 앞섰던 유일한 팀이 LG(12승7패)였다. 넥센 선수들은 “LG를 만나면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LG 선수들은 “넥센에 약한 건 없는데 이상하게 꼬인다”고 말한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 잘나가던 LG가 6위로 떨어지며 포스트시즌에 못 간 이유가 ‘독한 이웃’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5월 29일에는 ‘위협구’ 시비가 붙어 양팀 선수들이 벤치 클리어링(집단 몸싸움)을 벌였다.

 두 팀의 악연은 시즌이 끝난 뒤에도 계속됐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이택근이 지난겨울 LG에서 친정팀 넥센으로 이적했다. 두 팀이 앙숙이 된 결정적 계기는 투수 김성현의 이탈이었다. 지난 시즌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에서 LG로 온 김성현은 경기조작으로 올해 3월 퇴단했다. 그가 넥센 소속으로 경기조작에 가담했다는 것이 밝혀져 LG의 충격은 더 컸다. 여기에 그와 함께 LG로 이적한 투수 송신영은 한화와 계약했다. 결국 LG는 내야수 박병호와 투수 심수창을 넥센에 그냥 보낸 셈이 됐다. 팬들은 화가 났고, LG로서도 넥센을 꺾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 엘 “모두가 라이벌”, 넥 “라이벌 환영”=올 시즌에도 ‘엘넥라시코’는 명승부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달 26일 넥센이 1-6으로 지고 있다 9-7로 뒤집었고, LG는 8일 2-0에서 2-2로 쫓겼다가 7~9회 6점을 뽑으며 승리, 멍군을 불렀다. 최하위 후보 LG와 넥센은 4, 5위에 올라 있다.

두 팀은 같은 서울 연고팀이지만 여러 측면에서 상반된다. LG가 두 차례 한국시리즈를 우승한 서울의 터줏대감이라면 넥센은 2008년 창단한 신생 구단이다. 전력과 인기는 물론 구장 시설과 규모, 구단 지원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그래서일까. 엘넥라시코를 바라보는 두 팀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공병곤 LG 홍보팀장은 “ 모든 구단이 라이벌이자 라이벌이 아니다. 넥센이라고 특별히 의식하는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달리 넥센은 LG와 라이벌 구도를 반기고 있다. 노건 넥센 운영이사는 “LG와는 항상 대등한 경기를 펼치니까 흥행에 도움이 되고 선수들도 열심히 한다 ”고 밝혔다. 야구팬들은 새로운 서울 라이벌전이 즐겁기만 하다. 한 팬은 “매 경기가 한국시리즈 7차전 같아서 눈을 뗄 수 없다”고 했고, 또 다른 팬은 “두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붙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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