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랑해요 한국 … 무조건 뛰고픈 에닝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에닝요

“한국 축구팬들이 나의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특별귀화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길 바라는 에닝요(31·전북 현대)의 심정이다. 대한축구협회가 9일 “에닝요의 특별귀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찬반 양론이 들끓고 있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오로지 월드컵 출전과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귀화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지 않는 것은 한국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것’이라며 에닝요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비난 의견에 속이 상한 에닝요는 10일 매니지먼트사인 투비원 김원희 대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했다. 에닝요는 “한국어를 더 열심히 배웠어야 했나 보다. 내 탓이다”라며 “한국 축구 팬들이 내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난 한국을 사랑한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 대표로 뛰어 한국 축구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에닝요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 2003년 수원 삼성에서 방출된 뒤 2007년 대구 FC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왔을 때도 “한국 팀이기에 무조건 가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김원희 대표에 따르면 에닝요는 김치찌개와 갈비찜을 좋아하고, 충무공 등 한국 역사와 문화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대한축구협회도 발벗고 나섰다. 대한체육회에 에닝요 특별귀화 재심을 요청한다. 대한체육회가 7일 법제상벌위원회에서 에닝요를 특별귀화 대상자로 법무부에 추천하는 안을 부결시키자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이다. 김주성(46) 축구협회 사무총장은 “대한체육회의 결정도 일견 타당하다. 서로 입장이 다른 것도 이해하지만 에닝요 특별귀화의 타당성을 보강해 다시 심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가 에닝요 추천을 부결시킨 이유로 든 세 가지에 대해 반박했다. 에닝요의 한국어 구사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 대해 김 총장은 “다른 특별귀화자들의 한국어 실력도 에닝요와 비슷하다. 에닝요만 문제 삼는 것은 차별”이라고 말했다.

 에닝요는 일상생활이나 훈련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말하기 능력은 갖추고 있다. 이흥실 전북 감독대행은 “에닝요는 통역 없이도 웬만한 전술 설명은 다 이해한다. 평소에도 선수들과 잘 어울린다”라고 말했다. 이미 특별귀화 혜택을 받은 선수 중 문태종(37·전자랜드)-태영(34·모비스) 형제도 한국어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

 축구협회는 ‘에닝요가 한국인 혈육이 없는 순수 외국인’이라는 것과 ‘경기력에서 같은 포지션의 한국 선수들에 비해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는 반대 이유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김 총장은 “시대가 변했다. 필리핀에서 이민 온 이자스민도 국회에 들어갔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데 혈통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력에 관해선 에닝요가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로서 K-리그 프리킥골 1위(16골)에 올라 있어 국내 선수들에 비해 비교우위를 지닌다는 점을 강조할 생각이다.

오명철·박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