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반값 커피에 ‘노병간 사인’ 새긴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2012.05.11 00:00

업데이트 2012.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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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마트 노병간 바이어가 콜롬비아의 한 커피 농장의 커피 분류기계 앞에서 커피콩(생두)의 품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이마트]

이마트에서는 약 5만 개의 상품이 판매된다. 이 중 상품을 조달한 바이어의 친필 사인이 들어가 있는 제품이 딱 하나 있다. 바로 브라질 세라도 원두 커피다. 이마트는 이 원두커피를 지난해 11월 1㎏에 1만790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시가보다 50~60% 이상 저렴해 ‘반값 커피’라는 별명을 얻으며 출시 첫날 1600봉지가 매진됐다. 2주 만에 1차 수입물량인 19t이 모두 동났다. 반값 커피는 현재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100여 종 원두커피 전체 매출액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히트 상품이 됐다. 이마트는 반값 커피가 대박을 치자 상품 기획부터 구매, 판매 등을 총괄한 노병간(40) 커피 바이어의 사인을 포장지 뒷면에 넣고 있다.

 노 바이어는 이번엔 세계 최고로 꼽히는 콜롬비아 원두커피를 반값에 내놓는다. 이를 위해 지난달 초 국내 커피 전문업체 쟈뎅의 연구원 3명과 함께 콜롬비아를 다녀왔다. 인천공항에서 미국을 거쳐 비행기만 세 번을 갈아타는 40여 시간의 긴 여정 끝에 콜롬비아 서북부의 커피 산지인 칼다스를 찾았다. 남아메리카 대륙 서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안데스 산맥의 중앙에 위치한 칼다스 지방은 유네스코가 세계 커피 유산 지역으로 지정할 만큼 이름난 고급 커피 산지다.

 노 바이어는 “자존심을 걸고 세계 최고 커피를 반값에 출시하기 위해 콜롬비아 농가를 직접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칼다스 지방을 누비며 최고급인 수프리모 등급의 아라비카 원두를 재배하는 농장들과 수입계약을 했다. 그 결과 컨테이너 4개 분량의 원두커피 76t을 직수입용으로 확보했다. 오는 7월 말 인천항에 도착할 콜롬비아 원두커피는 쟈뎅이 로스팅한 뒤 500g과 1㎏ 단위로 포장돼 8월 초 출시된다. 이 제품의 포장지에도 노 바이어의 사인이 들어간다. 현재 책정된 가격은 500g 한 봉지에 9900원. 이마트에서 수입상을 통해 들여와 판매 중인 콜롬비아 원두커피는 물론 커피전문점에서 판매되는 똑같은 수프리모 등급의 콜롬비아 원두커피보다 70% 이상 싼 가격이다.

 노 바이어가 원두 커피 가격을 이렇게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직수입해 로스팅한 뒤 곧장 판매하는 식으로 유통단계를 줄였기 때문이다.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국내 도매상의 역할을 바이어 한 명이 모두 해낸 것이다. 지난해 국내 커피 수입액은 6억6800만 달러(약 7600억원)로 전년의 3억9600만 달러보다 69% 증가했다. 이 중 대부분이 현지 수출업자와 국내 수입업자 손을 통해 들여온 뒤 로스팅 업체에 전해졌고, 이어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유통단계를 거쳐 판매됐다. 각각의 유통단계마다 중간 마진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노 바이어는 “내 사인이 들어가는 만큼 원두를 고를 때부터 수입해 들어올 때까지의 운반 과정과 국내에서의 로스팅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며 “소비자가 더 낮은 가격에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팅 커피나무에서 딴 커피 콩(생두)을 볶는 과정이다. 이 때 커피 특유의 맛과 향이 생성된다. 생두는 아무 맛이 없 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열을 가해 볶느냐에 따라 생두가 가졌던 수분이나 카페인, 타닌 등이 다르게 발현돼 맛과 향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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