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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찾으러 나온 고객들은 차분 … 예금 유치 나선 은행들은 흥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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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 예금자에 대한 가지급금 지급이 시작됐다. 서울 대치동 솔로몬저축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예금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날 4개 저축은행에 가지급금을 신청한 예금자는 전체 대상자 33만1016명 중 2만2270명으로 금액은 3415억원 규모(오후 2시 기준)라고 밝혔다. [김도훈 기자]

“앞으로 두 달 동안 준다니까 우선은 빼지 말고 기다려 봐야지. 금리 더 좋은데 한번 찾아보고.”(솔로몬저축은행 고객 김재희(72)씨)

 4개 영업정지 저축은행(솔로몬·한국·미래·한주) 예금자를 대상으로 한 가지급금 신청 첫날인 10일. 해당 저축은행 본·지점과 접수를 대행하는 시중은행 영업점에 지난해와 같은 혼란은 없었다. 솔로몬저축은행 본점에선 오전 6시부터 찾아온 예금자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줬다. 문을 연 시각까지 100여 명의 고객이 몰렸지만 대다수는 안내에 따라 근처 은행으로 흩어졌다. 지난해에는 가지급금 신청이 폭주하면서 예금보험공사의 전산망까지 장애를 일으켰다.

 예보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까지 가지급금 신청자는 2만2000명 정도로 집계됐다. 4개 저축은행 전체 예금자(33만1016명)의 7%가량이다. 이 중 절반인 1만 명은 인터넷으로 가지급금을 찾아갔다. 예보 관계자는 “저축은행 ‘학습효과’로 지난해에 비해 가지급금 신청 비율이 줄었다”며 “이제 예금자들은 빨리 찾는 것보다 언제 찾는 게 가장 유리한지를 따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에서 빠져나오는 예금을 유치하려는 시중은행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이날 솔로몬저축은행 본점 앞에는 인근 시중은행 직원들이 나와 고객 유치전을 벌였다.

주부 박모(65·서울 금천구 시흥동)씨도 현장에서 “가지급금 입금계좌를 신규 계좌로 만드는 고객에게만 연 4.1%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는 지점장의 말을 듣고 해당 은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릉역 주변에 위치한 6곳의 가지급금 대행 은행에 확인한 결과, 1곳을 제외하고 저축은행 가지급금을 예치하는 고객에게 모두 0.1~0.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4개 저축은행 가지급금 신청은 7월 9일까지 인터넷이나 해당 저축은행, 인근 시중은행 창구에서 할 수 있다. 인터넷 신청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가능하다. 가지급금은 신청 당일 계좌로 이체되는 게 원칙이지만 신청이 몰리면 다음 날에 지급될 수 있다.

김혜미 기자

가지급금 금융기관이 망하거나 영업이 정지돼 예금자가 장기간 금융거래를 할 수 없게 됐을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보험금 지급한도 내에서 미리 지급하는 금액. 지난 6일 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솔로몬·한국·미래·한주)의 가지급금은 10일부터 7월 9일까지 원금 기준 2000만원 한도(5000만원 초과 예금자의 경우 원금의 40%까지 5000만원 한도)로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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