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명에 집단성폭행 당한 여중생父, 현재 딸은…

중앙일보

입력 2012.05.09 00:53

업데이트 2012.05.09 07:51

지면보기

종합 01면

성폭행당한 중학생 딸을 둔 아버지가 사건 발생 1년여가 지났건만,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가해자들은 쉽게 잊을지 모르나 피해자는 평생 아픈 기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해서다. 특히 가족들은 딸을 지켜주지 못한 죄인의 심정으로 고통 속에 살아간다.

 지난해 5~9월 서울 은평구에서 벌어진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A양(14)의 아버지(사진)는 8일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기자와 만나 “우리 가족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A양은 지난해 5월부터 또래 중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성폭행도 있었다. 가해 학생들은 40여 차례 범행을 저질렀다. 동영상을 찍어 유포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가 끝나자 처음에 6명인 줄 알았던 가해 학생은 16명으로 늘어났다.

 여론은 들끓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는 7만여 명이 가해 학생들을 강력히 처벌하라는 청원을 했고, 오프라인에서도 4000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하지만 서울가정법원은 올해 1월 가해 학생 대다수에게 ‘소년보호처분’을 선고했다. 심리상담을 받거나 반성문을 쓰라는 것이었다. 단지 두 명만이 감호처분 2년, 6개월씩을 선고받았다.

A양의 아버지는 “우리나라는 이런 참혹한 범죄에 대한 처벌은 고사하고 피해 보상, 심리치료도 형식적이라서 사건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범죄 피해자 보호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혼자 산다. 부인과 딸은 캐나다로 보냈다. 국내에선 살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부인과 딸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그만 남았다.

 A양은 모범생이었다. 음악적인 재능도 뛰어났다. 피아노를 잘 쳤다. 하지만 사건 이후 부분기억상실증이 생겨 초등학교 때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왜 나를 낳았느냐”며 어머니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어머니도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이 생겼다. A양의 아버지는 “아내가 자꾸 달리는 차에 뛰어들고 싶다고 전화를 해 항시 불안하다”고 말했다. 용서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손을 내저었다. “죽을 때까지 용서 못할 겁니다. 누구 하나 제대로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지도 않았습니다.”

 A양의 아버지는 가해 학생 부모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낼 계획이다. 돈 때문이 아니라 딸에게 잘못이 없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란다. 가정의 달 5월에 A양 가족은 아픈 기억과 힘겨운 씨름을 계속하고 있다. 범죄 피해자의 멍에다.

박성우·노진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