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릴 땐 산부인과 안가는게 좋다? ‘여성의 몸’ 사춘기부터 관리해야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여성의 몸은 일생 동안 호르몬 때문에 바쁘다. 10대 초·중반부터 여성호르몬이 본격적으로 분비되면 자궁이 발육되고 자궁 내막이 증식돼 초경을 경험한다. 평생 450회가량 월경을 한다. 20~30대에는 비교적 호르몬이 일정하게 분비되는 안정기. 하지만 임신·출산을 거치면서 변환점을 맞는다. 난소 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40대 후반에는 폐경과 함께 각종 부인병에 시달린다.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효표(대한산부인과학회 회장) 교수는 “여성의 몸은 호르몬에 의해 성장하고 아프고 늙는다”며 “여성호르몬과 건강의 관계를 잘 이해하는 것이 여성질환을 예방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5월 10일 ‘여성 건강의 날’을 맞아 생애주기별 산부인과 질환의 예방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유소아기 또래보다 성장 빠르면 성조숙증 의심

성관계를 갖기 전인 13세 전후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으면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가 가장 높아진다. 이때를 지나치더라도 전 연령에 걸쳐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한다. [중앙포토]

만 8~9세 이전 여아를 둔 부모라면 성조숙증이 있는지 주의한다. 성조숙증은 2차 성징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또래보다 키 성장이 월등히 빠르거나 유방에 멍울이 잡히고 음모가 자라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본다. 차움 산부인과 박지현 교수는 “성조숙증이 있으면 비만 세포가 성호르몬을 자극해 사춘기가 빨라지고 성장판이 닫히면서 성장이 멎는다”고 말했다. 초경과 성장 속도를 늦추는 호르몬 치료를 받는다.

 12세 이전인 유소아기에는 산부인과 질환이 생기지 않는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놀이나 생활 습관으로 분비물이 질 속으로 들어가 외음부염이나 질염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박 교수는 “캔디다성 곰팡이균에 감염돼 질 분비물이 나오거나 소양증(가려움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며 “팬티에 혈성 분비물이 나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소 대변을 보고 난 뒤 항문을 닦을 때, 질에서 시작해 항문 뒤쪽으로 닦는 습관을 연습시킨다.

청소년기 자궁경부암 백신 효과 가장 높은 시기

11~14세에 이르는 청소년기에는 초경을 경험한다. 이 시기에는 호르몬 체계가 미숙해 생리불순이 흔하게 나타난다. 일시적인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한 달 이상 출혈이 있거나 3개월 이상 무월경이 지속한다면 산부인과를 찾아야 한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생리불순·무월경이 있는 학생이 늘고 있다”며 “원인을 제때 발견해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리통이 심하거나 냉에 냄새가 나도 질환을 의심해 본다. 일단 초경이 시작되면 영양 섭취에 신경 쓴다. 생리로 소실되는 철분을 보충해준다. 성장과 발달을 위해 하루 평균 2200~2500㎉를 섭취한다.

 13세를 전후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을 예방한다. 자궁경부암은 자궁의 입구인 자궁 경부에 발생하는 여성 생식기 암이다. 박 교수는 “성관계를 갖기 전인 청소년기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으면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궁경부암 4가 예방 백신인 가다실은 HPV 16·18형에 의한 자궁경부암을 98% 예방하고 외음부암·질암을 100% 예방한다. HPV 6·11형에 의한 생식기사마귀도 99%가량 예방한다. 자궁경부암백신은 어깨에 근육주사로 맞는다. 최초 접종 후 각각 2개월·6개월 후 접종해 총 6개월간 세 차례 접종한다.

임신 전후 산부인과 가장 가까이 해야 할 시기

임신을 계획했다면 산부인과를 가까이 하는 것이 좋다. 임신 전에는 풍진 예방접종을 하고, 매독·간염(ABC형) 검사를 받는다. 임신부가 풍진에 걸리면 태아에게 선천성 심장병·백내장 등의 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다. 풍진 예방 접종을 받고 난 뒤 3개월 뒤 임신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사춘기 때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임신 전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한다. 자궁경부암은 주로 50세를 전후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20~30대 연령에서 발생 빈도가 늘었다. 이 교수는 “자궁경부암이 있는 여성이 임신을 하면 암을 먼저 치료해야 할지, 출산 뒤 치료를 받아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고 말했다. 만삭까지 아이를 위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암이 진행되고, 임신 7~8개월에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거나 질식분만으로 과다 출혈하는 산모가 많다는 것. 자궁경부암 전 단계인 이형상피증이나 자궁경부암 0기(상피내암) 단계에서는 조기 치료를 받으면 자궁도 보존하면서 100% 치료할 수 있다.

 무계획적인 임신도 주의한다. 박 교수는 “임신인 줄 모르고 약을 먹거나 방사선 검사를 받은 임신부가 기형아에 대한 걱정으로 유산을 하거나 초조해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배란일과 임신 가능 기간을 기억해 건강한 상태에서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것을 권한다. 먹는 피임약 외에도 질 내 삽입형 피임제, 피하 이식형 피임제, 자궁 내 장치형 피임제 등 다양한 피임제가 있다. 박 교수는 “피임을 처음 시작하는 건강한 20대 초반 여성은 머시론 같은 먹는 피임약이 적합하지만, 비만이거나 생리불순이 있거나 자궁 내막이 두꺼운 여성은 자궁 내 장치형 피임제가 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의사와 상담 뒤 자신에게 맞는 피임법을 선택한다.

 생리통이 심하다면 자궁내막증을 의심해 본다. 자궁내막증은 가임기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여성 질환 중 하나. 이 교수는 “자궁내막증이 있으면 불임과 유산이 되기 쉽다”며 “비정상적인 자궁 출혈이나 골반 내 통증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35~40세 고령 임신 산모는 심장이나 간 질환 등 만성질환 여부를 확인한 뒤 임신을 계획한다.

출산 이후 3~6개월 안에 정상 체중 유지해야

출산 이후 회음절개부위 통증을 호소하는 산모가 많다. 이때는 따뜻한 물에 좌욕을 하는 것을 권할 만하다. 통증을 경감하고 부종을 가라앉힌다. 출산 뒤 치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출산 이후에는 3~6개월 안에 임신 전 정상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호르몬이 증가해 피하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면 출산 후에도 살이 잘 빠지지 않아 비만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폐경기 정기적인 암 검진으로 여성암 예방해야

폐경기에는 안면홍조·발한·피로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개인에 따라 수면 장애를 겪거나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심한 경우도 있다. 폐경기 증상이 심하다면 의사와 상담 뒤 폐경 치료제 복용을 고려해볼 만하다. 대표적인 폐경 치료제인 리비알은 폐경 증상을 완화해주면서 골다공증 예방·치료 효과도 있다. 박 교수는 “예전에는 폐경 치료제를 먹으면 골다공증이 심화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골다공증을 예방하면서도 폐경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제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폐경기는 갑상선암·유방암·자궁암 등 여성암이 가장 많이 발병하는 시기다. 6개월~1년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는다.

여성 생애주기별 산부인과 질환 예방, 이렇게 해요

0~12세(유소아기)

질환·증상 성조숙증·외음부염·질염

-또래보다 2차 성징이 빠르다면 성조숙증 의심해본다.
-냉이 나오거나 질 부위 가려움을 호소하면 외음부염·질염을 의심해 본다.

12~19세(청소년기)

질환·증상 생리불순·무월경증·자궁기형

-무월경이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2차 성징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으면 산부인과를 찾는다.
-만 13세 전후로 자궁경부암백신을 맞는다.

20~35세(가임기)

질환·증상 풍진·매독·간염(A·B·C형)·다낭성난소증후군
성 매개성 질환·자궁내막증·자궁경부암

-사춘기 때 자궁경부암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백신을 맞는다.
-1~2년에 한 번씩 산부인과를 방문한다.
-임신 전 풍진 예방 접종과 매독·간염 검사를 받는다.
-생리통이 심하면 자궁내막증을 의심해본다.

35~40세(고위험 산모)

질환·증상 만성질환(당뇨·고혈압)

-평소 당뇨·고혈압 등 내과적 질환이 있는지 확인한다.
-기형아 예방 검사를 받는다.

출산 이후

질환·증상 자궁염증성부종·비만
회음부절개부위 통증

-출산 뒤 3~6개월 안에 정상체중을 만든다.
-좌욕을 한다.

35~45세(중년기)

질환·증상 자궁경부암·자궁내막암·난소암

-6개월~1년에 한번씩 산부인과를 방문한다.
-폐경기 증상이 심하면 의사와 상담 뒤 폐경 치료제를 복용한다.

46세 이후(갱년기·노년기)

질환·증상 폐경 뒤 갱년기 증후군·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난소암·요실금·골반장기탈출증

장치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