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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발견] 야~올챙이다, 타워팰리스 옆 아이들의 환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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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양재천변 벼농사학습장을 찾은 초등학생들이 두꺼비와 산개구리 올챙이를 손으로 가리키며 신기해하고 있다. 강남구가 농촌체험을 위해 만든 이곳에는 300만 마리가 넘는 올챙이떼가 살고 있다. 새끼두꺼비들은 이달 중순부터 달터근린공원등으로 이동한다. [사진 강남구청]

“야! 이게 뭐야. 물 반 올챙이 반이야.”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양재천(영동4교 부근) 벼농사학습장. 교복을 입은 중학생 10여 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곳곳에 무리 지어 움직이는 두꺼비 올챙이떼와 개구리 올챙이떼를 목격하고 나서다. 양재천 옆에 마련된 3000㎡ 규모의 논에는 꼬물거리는 올챙이들로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김종수(15)군은 “어릴 적 시골 할아버지댁에 갔을 때 올챙이를 봤는데 그때도 이만큼 많지는 않았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서울에 올챙이떼가 출몰했다. 그것도 타워팰리스가 들어선 서울 강남 양재천변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수백만 마리가 우글거린다. 올챙이들의 집(?)은 강남구가 10여 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벼농사학습장. 양재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면서 주민들과 학생들의 농촌체험을 위해 만든 논이다.

 두꺼비떼를 처음 발견한 이상영 관동대 교수(지리교육과)는 “논은 바닥이 평탄하고 수심이 얕아 수온이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양서류나 파충류의 서식지로 좋다”며 “양재천에 논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양서류들이 산란을 하러 몰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경칩(驚蟄·3월 5일)에는 두꺼비 300여 마리가 모여들었다. 당시 짝을 찾는 수컷들의 울음소리로 양재천이 들썩였다는 후문이다. 이후 논바닥에 길다란 두꺼비 알이 잇따라 생겨났다. 짝짓기를 한 암컷 두꺼비는 한 번에 7000~1만 개의 알을 낳는다. 어림잡아 300만 마리의 두꺼비 올챙이가 생긴 것이다. 여기에 산개구리도 합류하면서 벼농사학습장에는 검은색을 띤 두꺼비 올챙이와 갈색의 산개구리 올챙이들이 함께 사는 공간이 됐다.

 떼지어 다니는 올챙이들로 벼농사학습장은 지역 명소가 됐다. 하루 평균 5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와 구경을 하고 간다. 특히 어른들의 반응이 좋다. 초등학생 아들과 왔다는 정수민(45·여)씨는 “어릴 적 생각도 나고 아이에게 공부도 될 것이라고 생각해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올챙이들에게는 먹이를 따로 주지 않는다. 최대한 자연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새끼 두꺼비들은 이달 중순부터 인근 달터근린공원 등으로 서식지를 옮긴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양서류의 출몰은 양재천이 살아났다는 증거”라며 “앞으로 어린 두꺼비들이 서식지로 무사히 이동할 수 있도록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개구리를 볼 수 있는 곳은 또 있다. 생태경관보전지역과 생태공원은 물론이고 야생동식물보호구역에서도 볼 수 있다. <표 참조>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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