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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사이클 선수들, 윤기원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구자철 뜻깊은 골 세리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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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6일 함부르크전에서 속옷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구자철. [아우크스부르크 펜타프레스=연합뉴스]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은 6일(한국시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SGL 아레나에서 끝난 함부르크와의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최종전 전반 34분 헤딩 결승골을 넣었다. 그는 유니폼 바지를 골반까지 내리고 양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방송 카메라에 비친 그의 속옷에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란 한글 문구가 적혀 있었다.

 구자철의 에이전트인 최월규 월스포츠 대표에 따르면 이런 세리머니를 한 이유는 지난주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상주시청 여자 사이클 선수들을 추모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였던 고(故) 윤기원의 1주기를 기억하겠다는 뜻도 있었다.

 윤기원은 지난해 5월 6일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승부조작에 연루돼 협박을 받다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5일 K-리그에서 22골이 터졌지만 누구도 윤기원을 위한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구자철만이 먼 타지에서 윤기원을 기억하고 있었다.

 구자철은 나이에 비해 언행이 진지하고 속이 깊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잘 챙겨 별명도 ‘구줌마(구자철 아줌마)’다. 홍명보 감독은 20세 이하(U-20) 대표팀 시절부터 아시안게임 대표팀까지 구자철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며 믿음을 보인다.

 지난 1월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후 15경기에서 5골·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1부 리그 잔류를 확정시킨 구자철은 8일 새벽 한국에 입국해 13일 친정팀 제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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