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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TFA 만들겠다 …‘손 안의 공신’ 활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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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호 08면

강성태 ‘공부의 신’ 대표가 3일 서울 봉천동 관악자원봉사센터 내 사무실에서 향후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공부의 신(神)’ 강성태(29)씨 인터뷰 약속장소인 서울 봉천동 관악자원봉사센터 5층 사무실에 들어서자 벽에 붙은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에게 공신 멘토 한 명씩 만들어 준다.’

‘공부의 신’에서 사회적 기업가로 변신한 강성태씨

그를 만난 3일 때마침 새롭게 마련한 이 사무실을 꾸미느라 분주했다. 조만간 서울 동교동 소셜벤처인큐베이팅센터의 종전 사무실을 이곳으로 옮긴다. “언젠가 봉천동으로 와야 한다고 생각해 왔어요.” 10년 전 대학생이 돼 교육봉사라는 걸 시작한 곳이 학교 인근인 이곳이라 대학생 멘토를 구하기 쉽고, 또 어려운 학생이 비교적 많이 사는 동네라는 이야기였다.

강씨는 2001년 수학능력시험에서 전국 0.01%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 진학해 교육봉사 동아리에 들어간 것이 인생 행로를 정했다. 중고생 공부를 쏙쏙 잘 가르쳐 일찌감치 ‘공부의 신’ 소리를 들었다. 이제 장기를 살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한다. 명함을 받아 보니 ‘공신 대표 강성태’ 일곱 글자가 선명하다. 공신(www.gongsin.com)은 중고생을 위한 학습ㆍ멘토링 웹사이트 이름이고 회사명은 ‘공부의신’이다.

2008년 설립된 ‘공부의신’은 대학생 교육봉사 동아리 ‘공신’에서 비롯됐다. 흔히 ‘공부의 신’의 줄임말로 알아듣지만 ‘공부를 신나게’라는 뜻으로 지었단다. 강씨는 서울 경희여고ㆍ문래중 등지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 ‘공신 멘토링’을 운영했다. 저소득층 학생 학습지원 활동도 하고 있다. 수년 전 중앙일보의 저소득층 학생 공부 지원 사업인 ‘공부의 신’ 프로젝트를 비롯해 각종 언론 매체에서 공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이름을 알렸다. 공신닷컴 회원은 3월 말 현재 23만 명이다. 2000여 명의 소외계층 학생에게는 사이트 콘텐트를 무료 제공한다.

-기업으로서 수익모델은.
“공신닷컴 사이트의 콘텐트 이용료와 개인적 강연 수익, 스마트폰용으로 통신업체에 파는 콘텐트 수익 등이 있다. 지난해 3억원 정도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매출·수익다운 영업실적이 나온 건 지난해부터다. 그 전 2년여 기간은 거의 쓰기만 했다. 강성태 이름 석 자가 좀 알려지면서 강연 수입이 생겨 그나마 버텼다. 청소년 자활센터, 백혈병 환우회 등에서 교육 봉사활동도 한다.”

-교육방송(EBS)이 있고 인터넷 무료 학습 콘텐트가 많아 경쟁이 되나.
“차별화가 된다. EBS나 강남인터넷방송은 교과목 중심이다. 우리는 ‘멘토링·자기주도학습’에 중점을 둔다. 무조건 ‘공부해라’ ‘명문대 가라’ 하지 않는다. ‘나는 네 편이다’라는 확신을 심어주고 친해지는 것이 먼저다. 공부 이전에 심리 검사와 대화를 통해 장래의 꿈을 함께 찾아간다. 정규 과목 공부는 그 다음이다. 먼저 학생의 수준을 파악하는 진단 프로그램으로 최적의 학습 방법을 제공한다. 과목별로 ‘문제풀이-약점 파악-틀린 문제 반복 점검-약점 보완’ 순으로 공부한다. 온·오프 라인에서 학생들을 이끌 대학생 자원봉사 멘토 400여 명과 좋은 학습방법·콘텐트가 있다.”

-사회적 기업이 유행이다. 직접 운영해 보니 어떤가.
“사회공헌과 기업운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쫓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고 보람도 크다. 하지만 두 마리를 다 잡는 건 별개의 문제다. 무엇보다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뜻이 같아야 하고 여기에 콘텐트 제작과 사이트 구축 같은 실무 능력까지 겸비해야 한다. 나는 내 꿈이 있어 이 일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사회적 기업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도 만만찮다. 얼마나 지속가능한지는 사실 어려운 문제다. 작은 조직이지만 이끄는 것이 쉽지 않다. 처음엔 회의방법도 모르겠더라. 공부가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 지도자에겐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
“소셜 미션(사회적 소명) 같은 것이 분명해야 한다. 경영 역량은 두 번째라고 본다. 물론 업무 수행 능력도 중요하다. 내 경우 2010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사회적 기업가 과정’을 이수한 것이 회사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 어느 분야 못지않게 인재가 중요한 곳이 사회적 기업이다. 꿈과 능력을 두루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 근무를 선망하는 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어떤가.
“인건비 지원을 받는다. 직원 7명 가운데 4명의 급여 60%가량을 지원받는다. 급여는 중소기업 수준이다. 수익을 많이 내 봉급 인상을 많이 해 주는 것이 당면과제다.”

-사회적 기업이 자생력 없이 외부지원에 너무 의존한다는 지적이 있다.
“기업 경쟁력이 정말 필요하다. 어떤 형태든 기업이라면 수익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유능한 사회적 기업인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도 인건비 지원을 받고 있지만 줄여나가도록 애쓰겠다.”

-공부의신을 앞으로 어떻게 키우고 싶나.
“한국의 TFA(Teach For America)로 만드는 것이다. TFA는 1990년대 초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한 대학생의 포부가 발단이 돼 미국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으로 자랐다. 미 대학생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직장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아이비 리그(미 동부 명문 사립대학) 졸업생도 많이 간다. TFA가 모델이지만 우리 식으로 바꿔야 할 거다. TFA는 대기업 후원이 상당하다. 나도 처음엔 대기업 후원을 받으려 몇몇 곳을 찾아갔다. 그런데 ‘아예 우리 회사 사회공헌 부서에 입사해 그일 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나는 독자적인 기업을 키우고 싶다.”

-향후 사업 계획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모바일 프로그램) 보급을 늘리겠다. 만들어 놓은 앱을 좀 더 보완해 곧 내놓을 거다. 온라인 사이트도 강화한다. 학생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학습공간을 늘리는 것은 비용 감당이 힘들다.”

-명문대 나와 다른 기회도 많았을 거 같다.
“친구들은 유명 대기업 가고, 고시 붙고, 해외 유학 가는데 ‘나는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이름 석 자는 꽤 알렸지만 속 빈 강정 같고 돈도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들 공부 도와주는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사실 나는 ‘공신’과는 거리가 있었다. 중학교 때만 해도 공부는 그저 그렇고 말수 적은 평범한 소년이었다. 급우 사이에 툭하면 무시당하는 ‘찌질이’였다. 우리 반 일진한테 참기 힘든 폭력과 모욕을 당한 뒤 ‘싸움도 못하는 내가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공부라도 잘해야 한다’고 이를 악물어 오늘에 이르렀다. 학생들 공부 돕는 것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다. 공신닷컴은 꿈을 실현하는 무대다.”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됐다.
“제안을 받고 고민도 했다. 국회의원이 꿈을 이루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결론은 ‘아니다’였다. 사회적 기업가로 유명한 미국의 빌 드레이튼에게 e-메일을 보내 조언도 구했다. 그는 ‘당신이 이루고픈 꿈을 더 생각해 봐라,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주변에 모이는 사람이 달라진다. 정치를 하면 권력을 추구하는 이들이 모여든다. 국회의원 되는 것이 당신의 비전에 맞는지 따져 봐라’는 답신이 왔다.”

-자식 공부 걱정에 무리하게 많은 돈을 들여 사설학원 보내는 부모가 많다.
“사교육 자체는 나쁘지 않다. 과열이 나쁜 것이다. 투입 비용 대비 얼마나 효과를 얻을지 냉정히 따져볼 때다. 사교육은 과대포장되기 일쑤다. 특히 선행학습이 그렇다. 학교 시험을 잘 보려면 복습을 잘해야 한다. 선행학습하는 부분은 결코 시험 범위가 아니다. 복습을 잘 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 공부가 싫은 학생이라도 좋아하는 과목 한두 가지는 있다. 우선 그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다른 과목에 대한 자신감으로 옮겨갈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공부 열심히’를 다그치기 이전에 마음을 열고 가까워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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