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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지옥 그들은 열일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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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변화하는 가족의 실태를 책으로 들여다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우선 나이 17세를 주제로 우리 자녀들의 삶과 생각을 알아보는 청소년 도서 31종을 소개한다.

열일곱. 물오른 봄의 나무처럼 푸르른 나이다. 충만한 생명력, 그것만으로 넘치는 존재다.

 하지만 한국의 열일곱은 행복하지 않다. 고교 1학년인 열일곱의 머리는 무겁다. 애써 강조하지 않아도 그들이 진 삶의 무게는 어렵지 않게 가늠 된다. 입시와 무한경쟁, 진로 고민, 부모와 친구 관계에서 오는 갈등, 연애 등등. 열일곱의 고민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 문제의 축소판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그 복잡한 열일곱을 이해하고, 격려하고,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현장 교사들이 모여 책을 추천하는 ‘학교도서관저널’이 ‘열일곱’을 위한 책 31권을 골랐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고1인 열일곱을 대상으로 한 책은 우리 사회의 건강상태를 진단하는 시약(試藥)과 같다”고 했다.<표 참조>

 ◆열일곱, 네가 궁금해=시한폭탄. 질풍노도의 시기란 오랜 말을 들이대지 않아도 열일곱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골치 아프고 이해하기 힘든 존재다. 학도넷이 우선 골라낸 10권은 부모나 교사가 열일곱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책이다.

 열일곱은 어정쩡한 나이다. “아동복은 (창피해서) 입을 수 없고, 어른 옷은 (어색해서) 맞지 않는 나이. 애도 아니고, 어른은 더더욱 아닌 시기”(『17세의 마음 문 노크하기』중)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단박’에 어른이 되어버리는 길목에 선 열일곱은 헷갈린다. 하지만 그 혼란을 어른들은 팔자 좋은 고민이나 ‘사춘기’의 방황 정도로 여길 뿐이다. 각양각색의 고민과 번민을 ‘사춘기’라는 말로 뭉뚱그리는 어른들의 무신경은 열일곱을 긁는다.

 열일곱을 이해하려면 그들만의 ‘문법’으로 세계를 봐야 한다.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은 청소년을 움직이는 또래 집단의 위력을 보여주고 학교 폭력의 문제를 아이들 사회에 내재한 잔인성과 또래 집단의 논리로 설명한다. 『외로워서 그랬어요』와 『17세의 마음 문 노크하기』 등 상담 사례를 담은 책은 열일곱의 마음과 머릿속을 눈 앞에 그려낸다.

 ◆열일곱, 너를 응원한다=승자독식의 게임은 열일곱에게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열일곱은 자존감을 잃었다. 『심리학, 열일곱 살을 부탁해』의 저자 이정현은 책에서 “이제 겨우 고등학생이 된 열일곱 살이 세상을 다 산 것처럼 메마른 마음인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1등만 기억하는 냉정한 세상에서 아이들은 자기비하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너의 내일이 기대될 뿐”이라는 말로도 충분한 응원이 된다는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열일곱을 위한 응원은 그들의 감성과 지성을 채우고 길러줄 마음의 양식일터다. 피 끓는 이들의 청춘사업을 위한 연애 안내서인 『아슬아슬 연애인문학』과 폭력의 심리학을 다룬 『주먹을 꼭 써야 할까』, 청소년의 철학적 고민 등을 포괄한 『열일곱 살의 인생론』 등은 풍부한 내일을 위한 자양분이다. ‘풀무청소년특강’ 시리즈와 ‘인디고서원’ 시리즈는 교양의 지평을 넓혀 지식의 근육을 단단하게 해줄 책으로,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는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이정표가 되어 줄 책으로 꼽혔다.

 ◆열일곱의 문학=소설 등 문학작품에서 그려지는 열일곱의 삶은 극적이다. 극대화한 고통과 갈등 구조 속에 열일곱이 감당해야 할 가혹한 현실이 집약적으로 담긴다. 베스트셀러이면서 영화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던 김려령의 『완득이』에는 다문화 가정의 문제가 그려지기도 하고 『울기엔 좀 애매한』에는 ‘모태 빈곤’인 아이들이 가난하고 불평등한 삶의 조건을 버텨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씁쓸하게 비친다. 『열일곱 살 아빠』와 『발차기』는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 문제를 다루고, 『포에버』는 10대의 성과 사랑을 보여준다.

 세상 속에서 여전히 부족하지만 열일곱은 무기력하지 않다. 성장통을 겪은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문제 의식을 갖고 세상에 제 목소리를 낼 줄도 안다. 『열일곱 살의 털』에서는 두발 단속의 부당함에 맞서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닌자걸스』는 성적만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차별대우하는 우열반 제도를 고발한다.

 그들의 문제 의식은 부모 세대에게도 고민 거리를 던진다. “우리 꼭 와플 같지 않니. 형체가 없었던 반죽이 결국 다 똑같은 모양으로 찍혀 나오잖아. 학교는 와플 기계고 우리는 와플이야. (……)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과외는 학교 공부가 아니라 꿈을 찾는 공부라는 걸 왜 모르는 걸까”라는 『닌자걸스』의 대사처럼.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을 책

열일곱, 네가 궁금해

10대의 섹스, 유쾌한 섹슈얼리티(변혜정, 동녘)
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김민아, 끌레마)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김순천, 동녘)
청소년은 왜 그렇게 행동할까(수잔 에바 포터, 교문사)
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김고연주, 이후)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마이클 톰슨, 양철북)
내 안의 열일곱(김종휘, 샨티)
외로워서 그랬어요(문경보, 샨티)
17세의 마음문 노크하기(서선미, 들녘)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류연우 외 77인, 휴머니스트)
 
열일곱, 너를 응원한다

대한민국 10대, 노는 것을 허하노라(김종휘, 양철북)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이철수 외, 철수와영희)
네 멋대로 해라(김현진, 한겨레출판)
아슬아슬 연애인문학(윤이희나, 한겨레에듀)
주먹을 꼭 써야 할까?(이남석, 사계절)
열일곱 살의 인생론(안광복, 사계절)
십대답게 살아라(문지현, 뜨인돌)
심리학, 열일곱 살을 부탁해(이정현, 걷는나무)
풀무청소년특강 시리즈(풀무학교, 그물코)
인디고서원 시리즈(인디고아이들, 궁리)
 
열일곱의 문학

울기엔 좀 애매한 (최규석, 사계절)
나이프(시게마츠 기요시, 양철북)
포에버(주디 블룸, 창비)
열일곱 살의 털(김혜원, 사계절)
완득이(김려령, 창비)
루나(줄리 앤 피터슨, 궁리)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이옥수, 비룡소)
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 창비)
닌자걸스(김혜정, 비룡소)
열일곱 살 아빠(마거릿 비처드, 시공사)
발차기(이상권, 시공사)

※자료: 학교도서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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